클래쉬 오브 클랜의 개발사 핀란드의 슈퍼셀 이야기
꽤 오래 전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마쿠하리멧세(幕張メッセ) 전시장 인근의 호텔에서 당시 블리자드가 개발 중이던 3인칭 슈팅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의 특별 시연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Xbox와 게임큐브, PS2용으로 게임 중이던 게임의 플레이 데모를 직접 했었는데, RTS장르인 스타크래프트의 주인공들을 직접 컨트롤해 본다는 쾌감이 있어 기대하는 유저들도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국 블리자드의 내부 허들을 넘지 못하고 세상에 출시되지 못한 채 프로젝트가 취소되기에 이릅니다.
블리자드는 그 간 보여준 출시 게임에 대한 극단적으로 높은 완벽주의에 따라 이렇듯 오랜 시간 투자한 게임 조차 출시를 취소하는 초 강수를 두기도 합니다.
덕분에 블리자드가 출시하는 게임들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와 만족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며, 예약 판매로도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어 게임이 출시될 때 마다 종전의 판매 기록을 갱신해 왔습니다.
지금은 모바일 게임의 부상으로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닌텐도도 자사의 게임 출시에 대한 엄격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개발 프로젝트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가르켜 ‘밥상 뒤엎기’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 기준들은 닌텐도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만족도와 기대치를 높여 왔고, 실제 3rd Party에 비해 대부분의 1St Party가 전체 닌텐도 계열 게임 판매 순위에서 상단을 점유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내부 기준을 높게 가져가며 시장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아직도 아타리의 ET 게임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당시 판권 획득과 계약에 시간을 쏟아 붓는 나머지 실제 개발 기간을 확보하는 데 소흘했던 아타리는 ET게임을 성수기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잡게 됩니다.
그 결과 평균 이하 퀄리티의 ET 게임을 대량으로 시장에 출시하게 되고, 이에 그 동안 시장 감시자 없이 낮은 질의 아타리 호환 타이틀이 남발되어 누적되어 온 유저들의 불만의 폭발되어 콘솔게임 소비가 극심하게 줄어드는 이른바 아타리 쇼크를 겪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일부 부품이 불량품인 세탁기를 임시방편으로 수정해서 출고하려다 적발된 뒤 기존 제품을 대거 소각하는 등의 충격 요법으로 새로운 품질의 기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비약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체 품질 기준을 마련하게 되고,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상품 가치의 상승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결국 개발사의 자체 기준은 오랜 관점에서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소비자보다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할 때에 비로소 상업적인 성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게임업계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핀란드에서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수 많은 기술 벤처들의 창업 붐으로 경제 생태계의 전화위복을 맞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슈퍼셀이라는 게임 업체가 최근 DAU(Daily Active User, 일별사용자수) 1억 명을 달성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중복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해당 기업의 게임을 사용한 전세계 유저가 1억명을 달성했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기록은 모바일 게임에서는 전무했던 대 기록입니다.
이와 같이 하루에 1억명이 이용하는 업체의 게임은 클래쉬 오브 클랜, 헤이데이, 클래쉬로얄 등 모두 4종류 뿐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업체들의 사례처럼 슈퍼셀도 자체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의 기준을 통과해야 비로소 게임을 외부에 출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이 취소한 개발 프로젝트만 약 14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4번의 실패를 통해 유저에게 사랑받는 순도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제공하는 4개의 성공작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런 슈퍼셀의 내재된 가치를 높게 평가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12월 이 회사의 지분 50.5%를 약 1.7조 원에 인수한 뒤 추가 매입을 통해 현재 약 73.2%의 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피인수 된 이후 유입된 막대한 자금으로 마케팅 재원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게 된 슈퍼셀은 시장에서 그 장악력을 더욱 확대해 나갔고, 결국 DAU 1억명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이 회사의 일카 파나넨 CEO는 외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실패할 때 그것을 축하하며 와인파티를 여는 문화가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실패 경험을 오히려 회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실패 자산을 순자산으로 바꾸는 마법이 그들로 성공을 견인한 원동력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품질 기준의 절대 가치를 추구하는 뚝심 있는 경영이 슈퍼셀을 전세계 유저들에게 폭 넓은 사랑을 받는 성공 기업으로 키워낸 점을 우리는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