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잔향
사라질 것이라 여겨졌던 진공관은 향수와 호기심을 지닌 음악 애호가들의 손끝에서 예전만큼의 수요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현역으로 살아 있습니다.
기술이 만들어낸 수많은 대안들로 인해 영화관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코로나라는 큰 위기를 넘어 지금도 어렵게나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대체하리라 믿었던 시절
효율성과 속도, 그리고 편의성이 세상의 기준이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은 거침없이 세상을 재편했고, 우리는 그 속도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또 다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경험에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감정의 층위
진공관 앰프의 불편한 예열 시간,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의 이동과 대기, 그리고 애써 찾아간 공연장에서 느끼는 단 한 번의 울림.
이 모든 것은 기술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의 층위를 만들어냅니다.
디지털은 정보를 전달하고 효율을 높이지만, 아날로그는 시간을 머물게 하고 기억을 응축합니다.
기술의 진화와 감성의 회귀
물론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더 많은 산업이 자동화되고, 콘텐츠는 더욱 정교하게 개인화될 것이며, 경험의 형태는 2D 화면을 넘어 혼합현실과 공간 미디어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오히려 손으로 만지고,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물성 있는 세계’의 가치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존의 시대를 향하여
미래는 아날로그의 귀환이나 디지털의 승리로 단정 지을 수 있는 한 방향의 결론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오래된 방식으로 머무르고, 또 때로는 가장 앞선 혁신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감각과 태도일 것입니다.
그 태도가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시간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스한 음색의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즐기고, 좋은 영화는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이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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