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단편영화제 4년 만에 재개

당선작은 상영관 대신 OTT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

by 최종신




미장센단편영화제는 한때 영화를 진지하게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기준점 같은 존재였습니다. 상업영화 이전에 ‘장르’와 ‘형식’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이름 없는 감독들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처음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단편영화, 그중에서도 장르영화라는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가까운 영역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제는 드물었고, 그만큼 미장센영화제는 오랫동안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장센영화제는 2021년을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영화제 운영 환경의 변화, 단편영화를 둘러싼 산업 구조의 한계, 그리고 코로나 이후 극장과 영화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위축까지. 중단의 이유는 단일하지 않았지만, 그 공백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장르 단편을 통해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고, 상업영화와는 다른 감각을 실험하던 통로 하나가 조용히 사라진 듯한 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미장센영화제는 4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을 포함한 7명의 영화감독이 집행부를 꾸리며 영화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이 재개는 단순한 복귀라기보다는, 미장센영화제가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지난 21년간 구축해 온 ‘장르영화 발굴’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되, 그 방식과 무대를 달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재개의 중심에 OTT 플랫폼과의 협업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장 상영을 통해 관객을 만나던 단편영화들이 이제는 OTT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는 상황입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극장이 더 이상 모든 영화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 현실, 콘텐츠의 첫 공개 창구가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금의 환경을 미장센영화제 역시 외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지점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미장센영화제는 원래 극장의 어둠 속에서 낯선 단편을 우연히 마주하고, 감독의 이름을 처음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던 영화제였습니다. 그 경험이 OTT라는 개인화된 화면 속으로 옮겨졌을 때, 과연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남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미장센단편영화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단편영화와 장르영화가 여전히 한국 영화 생태계에서 유효한 실험의 장이라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OTT라는 새로운 공개 방식은 단편영화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지금까지 제한적이었던 관객층을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어쩌면 이번 미장센영화제의 재개는 ‘극장 대 OTT’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방식 자체가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여전히 누가, 어떤 이야기와 감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가일 것입니다. 미장센영화제가 다시 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재개는 충분히 지켜볼 가치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미장센영화제의 재개는 극장과 OTT 중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감각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르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장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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