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은 만년 2인자로 셜록홈즈의 그늘에서만 존재감이 있는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라고 하면서도 무언가 절대적인 권위를 느끼게끔 하는 셜록홈즈가 사실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인정 받아야 한다, 인정을.. 세상이 나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봐 줄 때 까지.. 그 때까지만이다.' 왓슨은 마음 속으로 같은 결심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그래 언젠가 멋지게 혼자 설 수 있을 때 홈즈는 나의 옛 파트너가 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떠 올릴 때 마다 조금은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 날도 홈즈의 권유에 못 이겨 고즈넉한 해변가로 캠핑을 갔다.
홈즈가 뭔가 의뢰받은 사건의 추리가 잘 안 풀릴 때 마다 찾곤 했던 해변. 홈즈가 해변의 모든 만물을 다 알고 있는 듯 지식을 뽐내곤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했던 바로 그 해변으로 말이다.
계절에 따른 동식물이나 별자리, 기온과 물 때 등.. 홈즈는 뭐 하나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그 완벽함이 왓슨을 조금 더 주눅들게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 저런 상념 속에 홈즈와 나란히 풀숲에 담요를 깔고 겨우 하늘을 가리는 좁은 간이 텐트 밑에 누워 잠이 든 왓슨은 홈즈의 말소리를 꿈 결에 듣고 잠에서 깼다. 눈을 떠 홈즈의 어깨가 어스름하게 보였을 무렵, 그가 물었다.
"이봐 왓슨, 지금 하늘이 보이지. 자네는 무엇을 알 수 있나?"
'이 녀석이..자다 말고 또 무슨 잘난 척을 하려고..' 왓슨은 잠들기 전 생각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상념들이 생각나며 억누르기 힘든 화가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이번엔 내 존재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미리 공부해 둔 말들을 쏟아냈다.
"좋은 질문이네 홈즈.. 지금 하늘은 북서쪽으로 밝게 빛나는 게자리 별자리가 일년 중 제일 밝을 때일세.. 성운들이 모두 모여 게자리를 위해 자신들의 빛은 숨죽이기로 한 듯.. 저기 보이는 저 자리가 게자리 중 제일 빛나는 별일세.. 여기서 저 별자리까지 가려면......"
채 준비된 답변을 마치기도 전에 홈즈가 말했다. "자넨 지금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나나?"
왓슨은 짐짓 홈즈의 무거운 목소리에 움츠려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이번엔 확실히 자신을 무시하는 홈즈에게 할 말은 해야겠다는 전의가 불타오름을 느꼈다.
"그럼 도대체 자넨 이 하늘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난단 말인가? 어디 들어나 보세!" 화난 왓슨의 목소리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홈즈는 뒤돌아 그런 왓슨을 한심하다는 듯 천천히 쳐다보며 말했다. "왓슨, 누군가 우리 텐트를 훔쳐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