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안에서 코딩교육의 제자리 찾기
6학년 때 즈음으로 기억납니다.
당시 안국동에 있던 중앙일보 직영 문화센터에서 전산실장이 사내강사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컴퓨터 입문 강의를 들었었습니다. 막 국산 퍼스컴(퍼스널컴퓨터)의 TV 광고가 시작되던 무렵이었고, 컴퓨터를 앞에 두고 코딩을 하는 재미에 학원 가는 길은 늘 설레였었습니다.
올해부터 중고등학교의 코딩의무교육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도 5,6학년이 내년부터는 의무교육 대상이라고 합니다.
박전대통령 당시인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정부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며 마련한 교육계획 수정안이 유예기간을 거쳐 실행되는 첫 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코딩 교육을 맡을 전담 교원 확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서 올해 의무교육 시행에 참여하는 중학교는 전체의 약 40% 수준에 머무른다고 합니다. 나머지 학교들도 내년까지는 방안을 마련하여 코딩의무교육에 참여를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전담 교원 없이 담임 교사가 실시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고학년인 5,6학년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코딩교육은 반드시 PC나 테블릿이 없더라도 교재만으로 기본 원리만을 강의해도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학교 별로 실습 교구재를 갖춘 경우에는 코딩교육에 걸맞는 전산환경이 제공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코딩에 대한 동기부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자발적으로 열의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선택을 해서 컴퓨터를 가까이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과 과정으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면, 최소한 코딩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이 듭니다. 교재 위주로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 교과과정의 하나로 코딩교육을 접한 학생들이 과연 흥미와 열의를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됩니다.
또, 현재 5,6학년 대상의 의무 교육 시간도 소기의 교육효과를 얻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전체 2개 학년 동안 할애되어 있는 교육은 고작 17시간입니다. 학기 중으로만 따져 보면 1달에 한시간 정도로 코딩 교육을 한다는 것입니다.
의무 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재만으로 하는 한달에 한번 정도의 수업이 어떤 교육 효과를 가져올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공교육의 허점은 곧 사교육 시장으로 보면 기회가 되는 듯 합니다.
최근 찾았던 한 코딩교육기관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사교육 시장에서 꽤 규모가 있는 학원업체들이 속속 대치동을 중심으로 하는 학원가에 코딩 학원을 대규모로 개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학교보다 한층 심화된 코딩교육과 각종 경연대회의 입상 목표를 전면에 내세워 학부모 유치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무교육의 범위보다 한층 더 깊이를 더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상담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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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으로는 한참 부족하고, 대학 입시 전형에 도움이 되려면 C++ 을 꼭 배워야 한다는 설명까지도 한다고 합니다.
엄마에 손에 이끌려 입시전형을 위해 선행학습이라며 C++의 명령어와 문법을 암기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생각만해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대치동 인근에는 부분 시행되는 코딩의무교육 원년을 맞아 벌써 10여개가 넘는 코딩학원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교육에서 서둘러 시행하는 촘촘하지 않은 코딩의무교육이 학부형들의 지갑을 여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모든 사설 코딩교육기관들이 입시를 염두에 두고 교육과정을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열의를 이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교육 과정을 통해 멀게는 창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려는 심오한 교육 철학을 반영하는 곳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코딩과 연계한 하드웨어 교구재를 적절히 활용하여 학업 성취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더해 이미 만들어진 해외 커리큘럼을 적극 도입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물론 코딩의무교육을 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코딩을 전문가 수준으로 능수능란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교육이 지향하는 코딩의무교육은 학생들의 논리적인 사고를 고취시키고 앞으로 살면서 피할 수 없게 되는 전산 활용에 대한 기본 소양과 친숙함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여타의 입시 교육처럼 변질되어 코딩 교육이 학생들에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암기과목 정도로 취급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교 안에서 충분히 소기의 교육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 투자를 하여, 부실한 공교육을 사교육에 기대어 채워나가는 악순환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코딩의무교육을 대한 어른들의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