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어디 안 가, 천천히 돌아가도 되는 인생!
이 영화는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파리로 가는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일 것이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용으로 번역된 제목이 마치 파리를 목적지로 강조해서 붙여졌다면, 원제의 뉘앙스는 다소 차이가 있다.
Paris can wait,
즉 ‘파리는 기다릴 수 있다’라는 의미로 조금 더 의역하면 ‘파리 어디 안 가..(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 정도)’가 맞는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
실제 영화에서도 파리는 아주 잠깐 그것도 에펠탑 정도를 멀리서 보여주는 선으로 짧게 나온다.
파리는 로드무비 성격의 이 영화에서 그져 조연 급 정도일 뿐.
영화 속에는 라벤더가 온통 뒤덮인 프로방스, 가르동 강, 자수 박물관이 있는 리옹, 성 마들렌 성당의 베즐레, 그리고 멀리 보이는 빅트와르 산 등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 <대부 시리즈>, <지옥의 묵시록>으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39년생)의 3살 연상인 아내 엘레노어 코폴라다.
또 그녀는 이 영화로 첫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입봉을 하게 된다고 하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코폴라 가문은 딸과 손녀 등 3대에 걸친 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영화계의 로열 패밀리이다.
심지어 코폴라 감독의 조카이자 유명 영화배우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 가문의 후광을 벗어나고 싶다고 해서 개명을 했다고 하니 그 후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줄거리의 중심을 이룬다고 알려졌는데, 거기에 로맨스를 살짝 입히고 로드무비 구성을 위해 칸느에서 파리에 이르는 프로방스 지방의 주요 도시들을 영화 내내 볼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썼다.
또 하나 국내 영화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인 알렉 볼드윈의 비중이다.
마치 그가 주인공처럼 홍보가 되었다는 점이다.(국내 용 영화 홍보에는 다이안레인 다음에 알렉볼드윈이 등장 인물로 소개된다.)
그러나 알렉볼드윈은 영화 초반 잠깐 등장해서 비중으로 보면 까메오 수준으로만 나온다.
엔딩 크레딧에도 여주인공 다이안레인과 남 주인공인 아르노 비야르 다음에 ‘그리고 알렉 볼드윈’을 덧붙일 정도로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 감정선을 잘 표현해주는 배경음악을 적절히 즐길 수 있는데, 아르노 비야르가 맡은 낭만적인 프랑스인 ‘자크’가 주로 차에서 듣는 에릭 사티의 음악은 다양하게 변주되어 영화 전편에 흐른다.
19세기 말에 활동한 괴짜 작곡가 에릭 사티를 언급하는 영화 내의 대사도 있으니 한번 찾아볼 만 하다.
이 영화의 여 주인공 우아하고 '다이안 레인'의 우아한 미소와 아르노 비야르의 장난스러우면서 능청맞기도 한 눈빛이 영화를 본 뒤 기억에 남는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남편과(마이클 역의 알렉 볼드윈)과 함께 칸에 온 부인(앤 역의 다이안 레인)이 다음 예정 목적지였던 부다페스트에 함께 가지 못하고 사업상 파트너인 친구(자크 역의 아르노 비야르)에게 파리까지 부인을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하면서 시작된 여정.
그 여정 속 라벤다 향기와 장미 그리고 와인과 온갖 프랑스의 진미를 즐기며 함께하는 유쾌한 여행과도 같은 영화, ‘파리로 가는 길’
주말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그들과 함께 동행하면 즐거울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