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굴굴 Oct 19. 2023

한의사도 취업은 어렵다

하이브리드가 아니라면


드디어 사회로 던져졌다. 왠지 정글의 무한경쟁이 겁이 나 병원에 남고 싶었지만 펠로우 자리도 없거니와, 교수님들께 이쁨 받는 수련의도 아니었어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로컬 한의원에 취직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여느 취준생들처럼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면접을 보러 다녀야 했다. 

이과생들은 잘 봐두길 바란다. 절대로 수학, 과학 문제만 풀어 제끼지 마라. 이후 너의 인생은 글쓰기와 발표에 달려있다!

면접은 생각보다 잘 안 풀렸다. 학과성적, 전문의 자격증, 논문 등 서류는 탄탄하지만 말하기가 서툴렀던 나는 무슨 말로 갑을 사로잡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앵무새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무한반복했다.

당신이 대표원장이라면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는 이 아이를 뽑겠는가?


진료는 환자의 병력을 듣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병에 대해 환자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앞으로의 치료과정과 예후를 고지하고, 장기간의 치료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응원하여 치료가 마무리될 때까지 끌고 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환자를 상대로 하는 말하기인 것이다.


취업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학생 때는 옥편 찾아가며 한의학 전공책을 파는데 정신이 팔렸고, 전공의로 수련하는 동안에도 진단명을 찾고 구체적인 치료법을 공부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수학공부를 하듯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음을 내게 귀띔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명망 높은 교수님들은 환자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또 환자는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떻게 의료진을 믿고, 어떻게 마음의 문을 닫는지를 세심히 보지 못했다. 

이제는 15년 차 베테랑 한의사.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하이브리드 이과생으로 생존하면서 쌓인 경험치들을 아낌없이 진료에 갈아 넣는 중이다. 좀 더 신뢰감 있게 설명해야지, 더 쉬운 비유를 들어야지, 공감하는 말들 역시 잊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의료인이 되기 위해 공부 중인 모든 학생들이 훗날 나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부족한 실력이지만 글을 끄적여본다. 




본격 진로고민 툰 하이브리드 이과생: 의대 지망 외고생이 한의사가 됐다고? 

책 구매하고 전문 읽기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5135136



#하이브리드이과생

#하이브리드 #진료 #한의사 #취업 #면접 #진로 #진로고민 #문과 #이과 #통합 #말하기 #쓰기 #스피치 #베테랑 #초보 #한의대

매거진의 이전글 외고생이 영어 60점 맞으면 생기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