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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잣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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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굴굴 Feb 13. 2024

죽음과 천국과 지옥, 그리고 불안

믿음이 오만이 되지 않아야 함에 대하여

누가 그러는 거다.

“우리 엄마 천국 못 갈까 봐 불쌍해.

얼마 안 남으신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예수님 믿고

교회 나갔으면 좋겠어.”


나는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1. 누가 누굴 불쌍하다 여기는 게 가당키나 하며

2. (단지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심히 살아온 엄마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같아

제 아무리 딸이라지만 오만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백번 양보해 그녀의 순수한 종교적 신념은 건들지 않는다 쳐도

결국 엄마가 교회에 발을 들이지 않고 돌아가시게 된다면 (이것은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지옥 간 엄마를 불쌍히 여기느라 매일 눈물지을 덫을 왜 스스로 놓을까 의아했다.


나라면 우리 엄마가 죽음에 가까워져 불안해할 때

엄마 같은 사람이 천국 안 가면 누가 가겠냐고,

엄만 너무 잘 살아왔다고, 걱정 없으니 맘 편히 가라고 할 텐데.


아무튼 그런 말을 듣는데

그녀가 분명 내 임종 때도 옆에서

‘아이고 최굴굴아, 그러게 예수 믿지, 불쌍해라.‘라고 하겠구나 싶어 벌써부터 막 기분이 나쁜 거다.

그럼 그때 꼭

“아, 몰랐구나. 나는 이미 지옥행 확정이라 괜찮다.

천국에 미련 없다. ” 고 말하고 숨을 거둘 테다,

하는 마음을 먹는 나도 보통은 아닌 년이다 싶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를 지지합니다.

*대문 이미지는 bing 이미지크리에이터로 그린 그림입니다.

*본문 일러스트는 아이패드로 직접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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