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들의 다채로운 '욕' 교육기
“엄마, 에이발, 비발 다음에 뭐게?”
무방비 상태에서 ‘훅’ 들어온 욕 공격에 정신이 혼미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그런데 이게 웬 쌍팔년도 개그야? 내가 딱 요만할 때 유행하던 거 아니야? 어쩜 이렇게 변하는 게 없을까...’
고민하는 사이 2차 공격이 날아왔다.
“그럼 15, 16, 17, 그다음 숫자는 뭐게?”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엄마가 욕 쓰는 모습을 그렇게 보고 싶다면 써주지, 하는 마음에 ‘십팔’이라고 정확히 대답해 주고 침착하게 말했다.
“사실, 엄마도 욕 많이 알아.
알지만 쓰지 않는 거야. 엄마는 우아한 사람이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동네방네 저런 욕을 하고 다닐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아들이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왔다.
얼굴이 벌게져 들어온 아들이 대뜸
“엄마, 나 욕 쓰고 싶었어.”라는 거다.
“우리 아들이 진짜 화가 났었나 보네. 무슨 욕이 하고 싶었어?” 하고 물으니
“ㅅㅂ.” 이란다.
“안 한건 잘한 거다, 야.” 하며 등을 두드려주고 넘어갔다.
진짜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 이후로 아들은 화가 나도 욕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여전히 욕 개그는 끊지 못했지만, 괜찮다.
(일본어로 ‘결석’이 뭔지 시리에게 물어보시라.
이번에 아들에게 새로 배운 건데, 재밌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살다 보면 욕을 할 수도 있다. 해학적 맛을 살리면 지친 마음도 달래주는 게 욕이다.
듣기 거북할 정도로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만 독야청청하면 되지'하는 순진함보다 좀 더 너른 마음을 갖고 욕을 바라보게 되는 요즘이다.
초4 아들의 욕은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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