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건강한 자존감
사람들은 아는 게 많으면 자존감이 단단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또 돈이 많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얼굴이 예쁘면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스펙이 차곡차곡 쌓이면 마음도 함께 채워질 거라는 식이죠. 물론 이런 요소들은 때때로 삶을 편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자존감의 보증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절세미인이라 칭송받는 배우들조차 누가 더 낫다며 줄 세워지는 세상인데, 어설픈 조건 몇 개쯤 갖췄다고 마음속 깊은 곳이 편안해질 리 없죠.
조건부 자존감
만약 “나는 공부를 잘하니까”, “나는 돈을 잘 벌니까”, “나는 인기가 많으니까” 하는 이유로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겉으로는 당당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 깊은 곳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외부 조건에 기대어 유지되는 자존감은 뿌리가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존감을 조건부 자존감이라고 부르는데,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방식의 자존감을 말합니다. 성적, 외모, 수입, 성과, 타인의 인정처럼 외부 기준에 따라 자존감이 오르내리는 구조이지요. 하지만 이 세상 그 어떠한 조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살다 보면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 더 가진 사람, 더 아름다운 사람, 더 앞서가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거든요. 내 삶 역시 변합니다.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금전적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조건부 자존감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불안이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의학에는 ‘탈영실정(脫營失精)’이라는 병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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