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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S(월경전증후군)과 자존감

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최굴굴

호르몬의 파도 속에서..

생리 직전에는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괜스레 울적해지다가 갑자기 단 것이 미친 듯이 먹고 싶어 져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초콜릿 포장을 뜯어 한참을 먹고 나서야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하는 후회를 합니다. 몸도 무겁고, 여간 피곤한 게 아닙니다. 그러다 생리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평온을 되찾습니다.

문제는 한 달이 너무 금방 돌아온다는 겁니다. 생리 전 일주일과 생리 기간 약 닷새를 합치면 한 달의 3분의 1 정도를 이런 불편함 속에서 보내는 셈이니,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 간 우울증 유병률이 비슷하지만 사춘기 이후에는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만 봐도 분명 이 호르몬에는 뭔가가 있습니다.


월경주기와 호르몬에 대한 이해

월경주기는 호르몬의 오르내림에 따라 난포기–배란기–황체기–월경기의 네 단계가 약 28일 주기로 반복됩니다.

1. 난포기(새로운 난자를 성숙시키는 시기)

난포기는 월경 직후부터 시작되며, 에스트로겐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기분, 에너지, 집중력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난포기에는 신체적, 정서적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내막은 서서히 두꺼워지며 임신 가능성에 대비합니다.


2. 배란기(성숙한 난자가 배란되는 시기)

배란에 가까워질수록 에스트로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 시기에는 대인관계도, 사회생활도 수월하며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다’고 느끼는 날이 많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배란기에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를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라 생물학적, 신경학적 활력이 모두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란이 일어나면 난자가 방출되고, 난자를 감싸고 있던 난포벽만 남습니다.


3. 황체기 (배란 이후부터 생리 직전까지)

배란이 일어난 뒤, 난자를 감싸고 있던 난포는 황체(corpus luteum)로 변해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을 착상에 적합하도록 도톰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GABA 신경전달체계에 영향을 주어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황체는 퇴화하고,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궁내막이 탈락해 생리가 시작됩니다. 높게 유지되던 프로게스테론의 급감으로 인해 GABA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정조절 역시 어려워집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증가해 복통, 요통, 부종, 피로 같은 신체적 불편감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4. 월경기(생리 기간)

월경이 시작되면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최고조에 이르며, 이로 인해 생리통, 오한, 피로, 설사나 변비 같은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혈액 손실로 인한 무기력감까지 더해지면서 컨디션이 쉽게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보통 생리가 시작되고 1~3일이 지나면 프로스타글란딘 수치가 안정되고, 몸은 다시 새로운 난자를 성숙시킬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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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꼭꼭 씹어 먹듯 읽어야 재밌는 그림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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