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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 차가운 손발, 뜨거운 머리

두한족열의 의미

by 최굴굴

손발이 차가운 사람들

1년 내내 수면양말을 신고 살면서 차가운 손이 부끄러워 악수조차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겨울엔 온수매트도 소용이 없습니다. 손끝, 발끝은 시리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죠.
“저는 원래 몸이 차서 그래요.”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1년 내내 수면 양말과 사는 수족냉증인


수족냉증(手足冷症)이란?

손발이 과도하게 냉감을 느끼는 증상입니다. 실내에서도 손끝이 시리고, 심하면 통증이나 저림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특히 동아시아 여성에게서 흔히 보이는데요 대부분 구조적인 이상은 없으며, 말초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혈류가 줄어드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의학적으로는 손발의 냉감 과민증(Cold Hypersensitivity in the Hands and Feet, CHHF)라고 부릅니다. 이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자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불편감이 진단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적외선 체열 촬영(Digital Infrared Thermal Imaging, DITI)을 시행해 보면 손끝과 발끝이 낮은 온도를 나타내는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말초 부위의 체온이 실제로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손이나 발을 10~15 °C 정도의 찬물에 일정 시간 담근 뒤, 피부 온도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한랭 부하 검사(Cold Challenge Test)에서도 체온 회복 속도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일상생활의 불편이 크지만 서양의학에서는 제대로 된 병명조차 없는 질환입니다.


수족냉증은 왜 생길까? : 자율신경계의 긴장

누구나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이 현상은 자율신경계의 작용으로 설명됩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는 심장 박동조절, 체온 조절, 소화기능, 호흡조절 등을 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교감신경은 긴장과 위험에 대한 대비를 담당하는 신경으로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혈류는 심장과 뇌 같은 중심부로 몰리게 됩니다. 반대로 손끝과 발끝 같은 말초 부위의 혈류는 줄어들고, 피부 온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이러한 기전 때문에 손발이 차다고 호소하는 사람일수록 교감신경이 과항진 되어있어 피로감, 불면, 불안이 높고, 삶의 질이 낮으며 여러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수족냉증과 동반되는 다빈도 질환>
빈혈(anaemia)
저혈압(hypotension)
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
역류성 식도염(reflux oesophagitis)
만성 비염(chronic rhinitis)
생리통(dysmenorrhoea)
위·십이지장 궤양(gastroduodenal ulcer)

따라서 수족냉증은 몸 전체의 긴장도와 조절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손과 발의 온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내장기관의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으니까요.


자율신경계의 회복탄력성, 그리고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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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꼭꼭 씹어 먹듯 읽어야 재밌는 그림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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