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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을 극복하려다 병난다고?

무기력과 운동강박 그 사이의 균형

by 최굴굴

요즘 너무 무기력하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진다고 고백하면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가장 많이 들을 겁니다. “일단 움직여봐라. 걷기라도 해라.”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일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멈춘 결과이기 때문이죠.


왜 무기력해지는가?

무기력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반복된 실패와 좌절로 인한 의욕 상실입니다. 아무리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험이 쌓이면 우리는 이를 학습하고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게 됩니다. 둘째, 불안으로 인한 회피 반응입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머릿속에서 끝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행동을 미루고, 결국 안 하길 잘했다는 결론에 이르죠. 셋째는 에너지의 완전한 고갈, 즉 번아웃입니다. 자신을 몰아붙이며 달리다가 체력을 다 소진한 채 타버린 재만 남는 상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기력에 빠지면 머리는 오히려 더 복잡해집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죠. 해야 할 일들, 하기 싫은 핑계들, 시작도 전에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자책까지 말입니다. 뇌는 평상시 기초 대사량의 20% 이상을 사용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면 포도당 소비량이 배로 증가합니다. 에너지를 머리가 다 써버리니 몸에는 힘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멈춘 채로 있을 수도 없습니다. 작게라도 움직이면 혈류가 전두엽에서 운동피질로 분산되어 과열된 생각회로가 식기 시작합니다. '일단 움직이는' 행위가 사고를 끊어내는 가장 단순한 방법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시작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던 시도가 다시 몸을 지치게 만드는 겁니다.

균형이 필요해


무기력 회복을 가장한 강박적 운동의 징후 4가지

자존감이 낮을수록 사람은 자신을 확인할 외적 근거를 찾습니다. 몸의 변화나 운동 기록이 그 증거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숫자에 집착한다.
운동의 목표가 체력이나 활력이 아니라 칼로리, 체중, 기록 같은 숫자가 됩니다.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안해집니다.

2. 휴식이 두렵다.
하루라도 쉬면 근육이 줄거나 체력이 떨어질까 걱정합니다. 쉬는 날에도 불안을 느끼고,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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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꼭꼭 씹어 먹듯 읽어야 재밌는 그림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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