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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염증과 자존감

진통제 끊는 법

by 최굴굴

진통제, 자주 먹는 편인가요?

건강검진에서는 이상이 없지만, 늘 약간의 미열이 있고 근육이 쑤시며 몸이 무겁습니다. 하루를 버티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진통제를 먹으면 잠시 괜찮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다시 시작됩니다. 참자니 통증이 성가시고, 그렇다고 아플 때마다 약을 먹자니 속이 불편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합니다. 대체 내 몸은 왜 이러는 걸까요?

진통제, 끊고싶다


만성 염증이란?

염증은 우리 몸이 손상되었을 때 일어나는 방어 반응입니다. 세균이 침입하거나, 상처가 나거나, 자극적인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인체는 손상 부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당부위의 혈류를 늘려, 면역세포와 치유 물질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붓고(腫, 종), 붉어지고(紅, 홍), 열이 나고(熱, 열), 아픈(痛, 통) 변화가 생깁니다. 감기(상기도의 급성 바이러스감염)처럼 가벼운 염증은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고, 급성방광염(하부요로의 급성세균감염)처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염증


문제는 이 반응이 끝나지 않을 때입니다. 감염원이 사라졌는데도 면역세포가 계속 활동하고, 염증 신호가 낮은 수준으로 이어지는 상태를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라고 합니다. 병원체는 이미 제거되었지만, 혈액 속 염증물질(예: IL-6, CRP, TNF-α 등)이 미세하게 증가한 채 유지됩니다. 그 결과 피로감, 두통, 위통, 근육통처럼 뚜렷한 병명으로 구분되지 않는 막연한 불편감이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를 ‘저등급 염증(low-grade inflammation)’이라고도 부르며, 조용히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만, 당뇨, 관절염, 심혈관 질환, 우울증 등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의 밑바탕에는 이 잔잔한 염증 반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만성 염증의 정확한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 과음, 복부비만, 운동 부족, 불균형한 식습관, 만성 스트레스 등은 모두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생활습관이 지속되면, 몸속 염증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우리 몸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경계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스테로이드제입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사실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본떠 개발되었습니다.
코르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신체 대사를 증진시키고 혈당을 높여 스트레스 상황에 대응하도록 돕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즉각적으로 방어태세에 들어갑니다. 이때 활성화되는 것이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입니다. 시상하부가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에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합니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여 에너지를 확보하고 혈압을 올립니다. 동시에 염증반응 억제해 생존에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반응은 단기적 생존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스트레스가 만성화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몸은 코르티솔 신호에 둔감해집니다. 이른바 코르티솔 저항성(cortisol resistance)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이 충분히 분비되어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코티솔과 만성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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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꼭꼭 씹어 먹듯 읽어야 재밌는 그림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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