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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잣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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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굴굴 Jan 04. 2023

브런치 '잣가'

초보 브런치 작가의 고백

인스타툰 태그에 브런치 '작가'라고 쓰려는데

자꾸만 '잣가'라고 오타가 난다.

계속되는 헛손질에 입술이 옴짝거린다.

'진짜 잣 같네...'

손가락은 분명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거다.

나만 알고 있는 이 작은 마음을 스스로 입 밖에 내지 않는다면, 내 손가락은 앞으로도 계속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래서 고백하려 한다.

나는 글쓰기에 젬병인 인간이다. 


내가 <어쩌다 골절>을 쓰던 당시엔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똑바로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밤은 길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일주일을 끙끙 앓다 블로그를 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논술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던 나였기에,

글솜씨가 부족했다. 그래서 그림도 그렸다.

미술시간을 제일 무서워하던 나였기에,

그림솜씨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글을 더 열심히 썼다.


그렇게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고, 세심하게 단어를 선정해 글을 써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재미를 붙여갔다.

브런치에 도전해보라는 응원에 힘입어 여러 번 작가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그래도 썼다. 공증 없는 그림일기지만, 신나게 써제껴가며 힘든 골절 시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유난히 발목이 가볍던 그날,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 들어오고 보니, 난다 긴다 하는 글쟁이 작가님들이 넘쳐났고, 힘 있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매일 새 글로 등록되었다.

괜스레 주눅 드는 이 마음을 손가락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디 가서 '작가'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할 인간임을, 그저 미숙한 '잣가'임을.


아무튼 이렇게 고백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작가든, 잣가든, 이젠 상관없을 것 같다.

해보자.





덧.

찬란했던 나의 기록..

https://m.blog.naver.com/choigul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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