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초대형 연필을 선물 받았다.
평소 남의 돈만 쓰기로 유명한 아들이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본인 용돈을 무려 4천 원이나 투자해 산 물건이라고 했다. 허나, 함께 문방구에 간 아빠는 자기를 말렸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대체 이 쓸데없는 물건은 뭐니.’
“암, 이 정도 연필은 써 줘야 작가지.”
‘이런 거 사면 호구야.‘
“이런 신기한 연필은 어디서 산 거야?”
‘이럴 거면 앞으론 그냥 돈으로 줘’
”엄마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들, 잘 쓸게. “
경련이 날듯한 입가를 들켜선 안 된다.
시선 분산을 위해 선물 받은 연필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이 요상시런 연필은 진짜 연필처럼 사각사각 써지고 지우개도 삭삭 잘 지워졌다.
너무 무거워 팔이 휘청이는데 그 모습이 엉뚱해 깔깔 웃음이 터졌다.
“아빠, 거봐! 엄마가 좋아하잖아! 내가 그럴 거라 했지?”
흐뭇해하는 아들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웃기다.
우리 아들 눈치 없다고 여기저기 흉봐놨는데 그 눈치 없는 아들은 내가 만든 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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