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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굴굴 Jan 11. 2023

이중인격 엄마가 눈치 없는 아들을 만든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초대형 연필을 선물 받았다.

평소 남의 돈만 쓰기로 유명한 아들이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본인 용돈을 무려 4천 원이나 투자해 산 물건이라고 했다. 허나, 함께 문방구에 간 아빠는 자기를 말렸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대체 이 쓸데없는 물건은 뭐니.’

“암, 이 정도 연필은 써 줘야 작가지.”

‘이런 거 사면 호구야.‘

“이런 신기한 연필은 어디서 산 거야?”

‘이럴 거면 앞으론 그냥 돈으로 줘’

”엄마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들, 잘 쓸게. “


경련이 날듯한 입가를 들켜선 안 된다.

시선 분산을 위해 선물 받은 연필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이 요상시런 연필은 진짜 연필처럼 사각사각 써지고 지우개도 삭삭 잘 지워졌다.

너무 무거워 팔이 휘청이는데 그 모습이 엉뚱해 깔깔 웃음이 터졌다.


“아빠, 거봐! 엄마가 좋아하잖아! 내가 그럴 거라 했지?”

흐뭇해하는 아들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웃기다.

우리 아들 눈치 없다고 여기저기 흉봐놨는데 그 눈치 없는 아들은 내가 만든 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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