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가 말하지 않는 것들

숫자의 착시

by Chloe C

숫자의 착시


큰 프로젝트의 비용이 집행됐다. 돈은 분명 나갔다.

그런데 원천 데이터를 열어보면, 그 흔적이 없다.

계약서도, 전표도, 변경 로그도, 최신본이 어디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멀쩡하다.

깔끔한 표와 그래프, 매끈한 문장과 결론.

리더들은 그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정리됐다.”


하지만 정리된 건 문장뿐이고, 숫자는 여전히 흩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숫자의 착시다.

보고서가 멀쩡하면, 실제도 멀쩡하다고 착각하는 현상.


착시는 위험하다.

투자가 성과 없는 실험에 그쳤음에도 억지로 수치가 만들어지고,

배움을 위한 PoC마저 억지로 인력 절감 효과로 포장된다.

실패는 기록되지 않고, 숫자는 현실과 어긋난다.

결국 그 간극은 실무자의 탓으로 돌아온다.


조직이 잃어버린 것은 데이터의 자리다.

원천을 쌓는 일, 정의를 고정하는 일,

마감을 잠그고 이력을 남기는 단순한 절차가 없다.

그 빈자리를 보고서가 채운다.

그래서 숫자는 진실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된다.


보고서는 착시를 만든다.

원천은 착시를 깨뜨린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의 자리다.


이전 12화숫자를 만든 사람들. 보고서가 진실을 외면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