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20
평소 너와의 대화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얼마 전 일이다.
너와 함께 당일치기 여행으로 타 지역에 갔었다. 추위를 피해 카페 안으로 피신했다. 날씨가 추워 사람들이 전부 카페로 피신했는지 실내가 북적거렸다. 남은 자리는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바(bar) 형태의 자리뿐이었다.
네가 어렵게 찾아낸 카페이기에 꼭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았고 햇빛 가림막을 내렸다. 함께 독서를 하며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해가 어느새 넘어가 가림막을 올렸다.
그리고 우리는 감탄했다. 한 시간 전에는 강렬한 빛 때문에 보지 못했던 예쁜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너와 나는 '예쁘다'를 연신 말하며 지긋이 감상했다.
역시 너의 선택은 늘 좋다.
해가 넘어간 탓에 독서하기에 한결 편해졌고 미지근해진 카페라떼를 마시며 평일에는 누리지 못하는 여유를 즐겼다. 즐긴 것도 잠시, 카페라떼 한 방울이 가슴께로 뚝 떨어졌다.
헉. 소리를 내며 휴지로 닦아냈다. 하지만 잘 닦이지 않았다. 너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어떡해. 안 지워져'라고 얘기했다. 시무룩한 표정도 덤으로 지어 보여줬다.
나의 눈빛을 읽은 네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괜찮아, 살짝 향긋해진 것뿐이야"
그 순간의 네 말과 네 표정이 아직까지 어른거린다.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나는 매 순간을 크게 받아들이는 편인데, 너의 이성적인 생각과 말이 나를 진정하게 만든다. 물론 커피 한 방울을 흘렸다고 슬퍼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시처럼 표현하는 네가 멋있었다.
네 덕에 떨어진 커피 한 방울이 옷을 오염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향긋한 커피 향을 입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