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소용돌이치고 결국 이별한다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by 빵떡씨
말하자면 수소 구름은 아기별들의 부화장인 셈이다. 별을 만드는 우주의 먼지구름을 흔히 성운이라 하는데, 이런 성운이 바로 별들의 고향이다. p.68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들의 속성은 주로 구름 같은 것인가보다. 뿌옇고 정체를 알 수 없고 분별도 없는. 그런 것들만이 속에 뭔가를 품을 수 있나보다.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의 숙고에 있다." p.76


이윽고 수소가 다 타버리고 나면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안으로 무너져 내린다. 중력 붕괴다. 중력 수축이 진행될수록 내부의 온도와 밀도가 계속 올라가 마침내 1억 도가 되면, 이번엔 헬륨이 핵융합을 시작한다. 이렇게 별의 내부에 다시 불이 켜지면, 진행되던 붕괴는 멈춰지고 별은 헬륨을 태워 그 마지막 삶을 시작한다. p.77

수소가 다 타 쪼그라든 후에도, 내가 가진 것을 다 소진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우리 안에는 헬륨 같은 것이 남아있는 것이다.


지구 무게 중 절반을 차지하는 산소를 비롯해,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은 수소만 빼고는 모두 별과 초신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별은 우주의 주방장인 셈이다. 모든 원소들은 별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p.85

우주는 원자로 이루어진 모래밭 같은 것인가보다. 모래로 이런저런 것들이 만들어지기도, 파괴되기도 하지만 모래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메이드 인 스타'다.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죽으면서 아낌없이 제 몸을 우주로 내놓지 않았다면 여러분이나 나, 그 어떤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나와 별, 나와 우주의 관계다. p.85


"암흑 에너지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면 약 1천억 년 후에 우주는 지구가 속한 은하수를 제외한 모든 은하계가 사라져버리고 결국 텅 빈 우주만 남게 될 것이다. 암흑 에너지는 더욱 많은 우주공간을 만들어내고 이는 암흑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는 순환을 거듭해 우주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암흑 에너지는 결코 끝나지 않는 겨울 같이 황량하고 쓸쓸한 존재로 생각된다." p.143

우주의 현상은 너무나 절대적이고 심각한 나머지, 서울의 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문제, 내가 비좁은 집에 형제자매와 복닥거리며 사는 문제 등을 더이상 문제가 아니게 만든다. 우주 속에서 홀로가 되느니 무엇이든 옆에 끼고 복닥거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렇듯 우주는 크다는 말로는 다 클 수 없을 만큼 커서, 어떤 문제들을 가볍게 지워버리기도 한다.


만약 지구에 자기마당이 없었다면 태양풍이 곧바로 지구에 부딪쳐서 지구 대기를 다 뜯어내버렸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지구는 자기마당이 없는 금성처럼 물도 없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p.238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생명들은 아주 아슬아슬해보인다. 태양이 지구에 조금만 가까이 있었다면, 자기마당이 없었다면, 대기가 없었다면, 소행성이 떨어지지 않거나 조금만 더 늦게 떨어졌다면, 모두 없었을 것들이다. 가능성의 세계에서 아주 작은 확률만을 점유한 별.


그래서 15억 년이 지나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달이 목성의 인력으로 지구에서 떼어내져 태양계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태양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언제가 되든 결국 달이 지구와 이별한다는 것이다. p.260

우리는 언젠가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만이 아프도록 자명하다.


이 무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찾는다는 자체가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우주는 말해주는 듯하다. 우주는 인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 어디에 '나'라고 주장할 게 한 줌이라도 있는가? 나를 이루고 있는 10의 28제곱 개의 원자들이 모두 흩어지면 또 다른 것들을 만들어내겠지만, 이미 거기에 '나'는 없다. (...) 우리가 우주를 사색하는 것은 이러한 분별력과 자아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그것은 곧 '나'를 놓아버리고 '나'를 비우는 일이 아닐까. 우리 모두의 앞에 있는 죽음이라는 것도 어쩌면 우주가 '나'를 비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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