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석 Dec 06. 2017

스타트업의 최종 KPI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스타트업의 최종 KPI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들중에 '우리는 재무적 목표가 최종 지표가 아니다'라고 하는 업체들이 가끔 있다. 마치 돈을 버는 것이 죄악을 저지르는 것처럼 생각하는 나이브한 분들도 계시는데, 비즈니스에서 돈을 버는 것은 재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그것이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운전을 하기 위한 연료가 필요한 법. 그래서 좋은 사회적 가치를 가진 회사일수록 더더욱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 위해선 부산까지 갈 수 있을 만큼의 연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 체크포인트마다 사용해야 할 연료의 양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이 체크 포인트를 milestone이라고 부르고 그 포인트까지 사용해야 할 리소스를 보는 계기판이 재무지표다.  


지표의 특징은 측정가능(measureable)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만족'이나 '직원의 행복' 같은 추상적인 가치도 서베이를 해서라도 계량화해야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그때부터 '감(感)'의 영역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관은 불완전하며 그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객관적 수치가 바로 숫자다. 소모되는 기름을 계기판없이 체크할 수는 없지 않은가.


KPI는 여러 층위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최종 지표는 결국 재무적 수치이다. 우리가 직원이 행복하고, 고객의 충성도가 올라가고, 구매전환율의 %가 올라가고, 객단가가 올라가는 모든 것들의 목표는 결국 최종적으로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모두가 괴롭다거나 부정한 일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하지만 건전하고 건강하게 사업을 영위하면 그 결과는 높은 수익성으로 귀결되게 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최종 재무지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우선 매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매출이 클수록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인지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1,000억원을 벌어도 -100억 적자이면 사실 돈을 까먹은거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거의 제로마진 수준으로 초창기엔 고객을 늘리는데만 집중한다. 그러니 Death Valley를 넘기기 어려운 회사들이 많다. 특히나 O2O 플랫폼 사업처럼 Fee 기반의 사업은 수익화가 취약하다. 배달의 민족도 작년에서야 흑자를 기록했다. 매우 낮은 마진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가, 수익화로 전환하는건 아마존 같이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할 때나 가능하지 국내 로컬에서 특정 Segment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애초에 시장 규모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그 다음으로 순이익(Net Profit)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남아야 돈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흑자이고 순이익만 높으면 다 좋은 걸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우선은 순이익률을 보자. 회사의 순이익이 10억원인데 매출이 1조원이면 순이익률은 0.1%다. 이 정도면 새고 있는 돈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럼 다음으로 인당순이익을 보자. 순이익이 10억인 회사가 둘이 있는데 한 회사는 직원이 100명이고 다른 회사는 5명이다. 그럼 전자는 한사람이 1,000만원을 번거고 후자는 한사람이 2억원을 번거다. 당연히 인당 버는 돈이 많아야 알짜 회사다.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슈퍼셀은 한창때 전직원이 하루에 6천만원씩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최종 재무지표로 인당 순이익을 볼 것을 종종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회사의 순이익률이 업계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이건 경영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이 이익으로 잡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고비용을 가지고 있고, 급여를 더 줄 수 있는데도 안주고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순이익이 무조건 높다고 좋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최고의 사례는 무엇일까?


고객도 그 정도면 지불할만한 비용이라고 불만 갖지 않고 직원이나 협력사들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하는 상태에서 높은 %의 이익률을 유지하며 현금을 긁는 상태다. 이건 경영개선뿐만 아니라 브랜딩도 톱니바퀴처럼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보통 시장에서 독점적인 상품을 제공하거나 고객의 충성도(loyalty)가 매우 높은 브랜드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 대표적인게 애플이다.


요약하자면 인당순이익률을 높이는 경영개선활동을 지속하면서 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잘 설득하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경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