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有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마을을 지키는 수호령과 악령의 대결을 구도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승부는 '의심'이라는 열쇠를 통해 결정됩니다.
영화가 처음 시작될때 의심하지 말라는 성서의 구절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주인공 경찰에게 수호령의 대리인인 천우희와 악령의 수하인 일광 도사(황정민)은 교대로 상대방을 절대 믿지 말라고 합니다. 천우희는 성경에 나오는 비유처럼 새벽 닭이 세번 울기 전까지만 참고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딸을 지킬 수 있다고 했지만 주인공 경찰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집에 들어갔고 결국 악령의 완전한 승리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에 온가족이 악에 씌인 딸에 의해 죽임당하고 자신도 죽어가는 경찰이 딸에게 아빠가 지켜줄께라고 하는 말은 역설적으로 이젠 어떤 방법으로도 지켜줄 방법이 없다는 걸 말하기도 합니다. 또 악의 세력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제물의 영혼을 사진에 담는 의식의 일부인데, 마지막에 악마로 변한 외지인이 사제를 카메라로 담는 장면은 종교나 신 마저도 악마를 이기지 못하는(결국 사제도 살해당했을 것) 결론을 암시합니다.
곡성 시골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독버섯이 유통되기 시작합니다. 이 버섯의 특징은 환각현상과 피부질환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마을에 피부병이 유행하고, 알몸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는 미친 사람이 나타나는등(경찰서 앞에 등장한 여인) 괴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악령이 들어가면 비정상적으로 힘이 세지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에 겁먹은 마을 주민들은 용하다는 무당(황정민)을 불러 굿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굿을 치룸에도 모두 죽고말지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영매가 되지 않아 주술로 죽게되는 것입니다.
한편 그즈음 일본인 외지인 한 명이 마을에 옵니다. 이 사람은 악마를 섬기는 밀교의 전승자로서 왜 하필 곡성으로 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목적은 자신이 섬기는 악령을 인간의 몸을 빌어 부활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영매에 적합한지 그는 낚시하듯 미끼를 던집니다. 초반에 나오는 낚시 장면은 이에 대한 직설적인 비유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영매로 사용하기 위한 의식중 하나로 성관계를 통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낚시터에서 마을 주민을 강간해보기도 하고 주인공인 경찰의 딸 효진도 성폭행 합니다. 그 증거로 외지인의 집에서 딸의 신발이 발견된 것이나 밤에 주인공 경찰이 딸의 방에 몰래 들어와 노트를 펼쳐보니 여성의 음부에 피가 나는 그림이 발견된 것이나 정서적으로 불안해보이는 그림들을 가득 그린 것이 보입니다. (한편 이때 딸이 트라우마 쇼크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면 이미 악령이 꽤 많이 정신을 잠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초반부에 경찰과 그 부인이 차에서 성관계를 하다가 딸에게 걸리는 장면이 나오지요. 이 장면의 의미는 어린 딸이지만 이미 성관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라는 말을 하죠)
여튼 마을에 굿을 하러 온 도사는 일본인 외지인과 같은 사탄을 숭배하는 밀교의 일원입니다. 사전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외지인은 의식을 행하기 전에 사진을 찍고, 나중에 도사의 차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미 죽은 사람의 사진이 찍혀있는 것으로 봐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같은 종류의 일본식 속옷을 입고 있는 점도 이에 대한 증거로 나타난 장면입니다. 그는 마을에서 굿을 하면서 자신이 섬기는 악마가 환각상태의 마을 주민들을 통해 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반에 외지인의 집을 찾아간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제물의 사진과 더불어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 사람은 부모님은 아니고 아마도 이 종교를 전승하는 교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을에 독버섯이 유통된 경로는 정육점과 건강원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두 곳의 주인은 모두 주인공 경찰의 친구들로서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죠. 첫 피해자의 집에 갔을때 결계로 쳐놓은 금어초외에도 한 마리 남은 빈 돼지우리가 나옵니다. 마을의 독버섯을 넣은 사료를 먹은 돼지들이 유통된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고, 할머니가 손녀 효진에게 보약을 먹이는 장면 역시 건강원에서 잡은 동물들이 야생 독버섯을 먹어 전파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돼지집 가족들도 환각에 걸려 죽고 건강원 주인도 산에서 악마의 모습을 보게 된거지요.
한편 이 사건을 맡아서 수사하던 주인공 경찰에게 우연히 마을의 미친 여인이 하나 나타납니다. 미친 여자 캐릭터로 나온 것은 그만큼 영혼이 순수하다는 것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이고, 이 여성은 천우희 본인이 말하는 마을의 수호령인 '할머니'의 영매로서 천우희의 몸을 통해 악령과 싸우고 있습니다. 첫 피해집에 걸어놓은 결계도 마찬가지고 주인공 집에 죽은 동물을 걸어놓은 다던가 아니면 장독대에 까마귀를 집어넣은 것도 모두 천우희가 악령에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일들입니다.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도사와 외지인이 같은 시간에 하는 굿 장명입니다. 감독은 교묘하게 관객들로 하여금 서로를 공격하는 것처럼 편집하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목적의 굿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여진대로 일광도사는 겉으로는 악귀를 쫓는 굿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딸의 몸에 악령이 들어가는 굿을 합니다. 그래서 굿 중간에 인형에 못질하는 장면에서 인형과 똑같은 부위에 딸 효진이가 고통을 느껴하죠. 견디다 못한 아버지 경찰이 굿판을 다 뒤엎어 버리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악령이 효진에 몸과 정신으로 들어왔습니다.
한편 외지인은 이미 죽은 사람(산 밑에 용달차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몸을 빌어 그 육신에 악령을 넣으려는 굿을 합니다만 천우희가 방해하여 결국 실패합니다. 그래서 확인하려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분명 죽은 사람이고 굿도 실패했는데 시신이 사라져서 놀랍니다. 이 시신이 다음 장면에서 좀비가 되어 주인공 일행을 습격하게 되지요. 굿이 일부만 먹혔는데도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지요.
괴로워하는 딸을 위한 굿을 멈춘 주인공 경찰은 정육점에 모인 친구들과 함께 외지인의 집을 습격갔다가 되려 좀비가 된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외지인은 천우희를 피해 도망가다가 추락사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건 천우희로 대표되는 토속령은 기본적으로 악령보다 세다는 점(접근만으로 일광 도사가 구토와 코피를 쏟아냄, 외지인도 천우희의 인기척만 보고 도망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외지인도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나중에 동굴에서 만난 존재는 외지인의 몸을 빌어 악령이 다시 환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끝까지 미궁에 빠져서 누가 진짜인지 구분 못하는 주인공 경찰에게 동네 미친 여자인줄 알았던 천우희가 다시 나타나 말합니다. 닭이 세번 울기 전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요. 한편 천우희의 공격을 받고 서울로 급히 돌아가던 도사 역시 악령의 사주로 다시 돌아가라는 환영공격을 받고 다시 곡성으로 차를 돌립니다. 천우희의 마지막 기회를 의심한 경찰은 결국 완전한 악마가 된 딸 효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끝까지 찝찝하고 허무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그 이후가 더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복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을인들은 완전한 패배를 당했고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악령은 효진과 외지인의 몸을 통해 살아나온 것 처럼 다른 사람의 몸을 통해서도 나올 수 있을테고 천우희는 마찬가지로 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엑소시즘을 기대하게 했던 마을 성당의 신부님 조차도 별로 해줄게 없다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연출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저는 이 정도면 한국 영화 시나리오중 단연 센세이셔널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감히 평가합니다. 오컬트를 다룬 작품 자체도 많지 않았지만 꽤 수준높은 비유와 표현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비극적 결말과 악마주의에 대한 거부감으로 종교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그런걸 차치하고서라고 예술적 관점에서만 보아도 저는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