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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Mar 31. 2016

열차는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

열차는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차창 밖을 물끄러니 지켜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너무나 많은 거리를 지나온 것을 깨닫고 이내 놀란다.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차장밖 세상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고 있는구나.

인생에 있어서도 때때로 정류장을 만난다. 잠시 쉬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긴 여행에 지켜가고 있노라면 그 짧은 정차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다시 열차에 올라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시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승강장에 배웅 나온 사람들의 모습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다시 숲과 들판이 끝없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 장엄한 모습을 보면서 이 드넓은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생각하며 그 위엄에 압도 당한다.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 나는 고독했다. 하지만 그 고독은 나를 사색하게 만들었다.

사색이 없어진 사회에서 나는 다시금 그 열차가 그러워지기 시작했다.

자욱히 내리어진 어둠을 뚫고 기차가 적막한 광야를 가로지를때 나는 그것이 내가 전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교만이 열차에서 내린 뒤의 나를 걷게 만들었다. 

열차에서 내리고 이 세상에 홀로 발을 내딛었을때, 나는 헤메며 걷고 또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여행자의 걸음은 그래서 고독하고 외롭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에서 우리는 때때로 걷다 지쳐 열차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제서야 우리는 본디 걸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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