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석 Jul 19. 2019

난 중고등학교때 공부가 너무 싫어서 안했다

난 중고등학교때 공부가 너무 싫어서 안했다.


조숙한 것일수도 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서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 모여 앉아 지루한 주입식 교육을 듣고 있노라니 이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십대 초반때 이미 했다.
그래서 그 시절엔 수업시간에 구석자리에 앉아 그냥 읽고 싶은 책들만 읽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성적은 죽죽 떨어졌다.  

최저 기록이 고3 1학기 모의고사였는데 당시 53명 중에서 51등을 했다. 내 뒤 한 명은 운동부였고 다른 한 명은 가출했다가 시험 전날 다시 학교 온 애라서 실질적으로는 내가 꼴지나 다름 없었다.


근데 난 그때도 내 시험 성적이 낮은 것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나는 제도권 교육이 싫어서 학교 공부를 '안' 하는 것이지 공부를 '못'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혼내고 무시하고 해도 내 인생에 대한 고민만 실컷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동기부여가 되서 3학년 2학기 들어오고 나서 수능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문제풀이형 시험에 초집중하여 공부를 하였는데, 그 다음 모의고사에서는 반에서 20등을 하고 그 다음엔 2등을 하고 수능에서는 예체능 계열 전국 석차 상위 0.1%에 들어 무난히 좋은 점수를 얻었다. 


학교에서는 거의 뉴스급으로 내 소식을 전하며 다들 놀랐지만 난 별로 놀랍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시험 공부를 안했던 것이지 내가 공부를 못 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을 낭비했던 것도 아니고 독서나 사회활동 같은 나름의 공부는 열심히 계속 하고 살았었다.
벼락치기라는 생각도 안했다. 그 시절만 제외하면, 문제풀이가 아닌 조금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 초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에서는 항상 탑이었다. 딱 그 시절만 안했던 거였다. 생각해보면 중고등 6년 동안 나를 동기부여 시켜준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쩌면 그때의 기억이 나를 지금의 직업으로 이끈 것 같다.


요즘 그때와 같은 느낌이 든다.
사업가로서 비즈니스를 왜 더 키우지 않느냐는, 왜 돈 버는데 더 시간을 쓰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아주 가끔 듣는다. 나쁘게 보는 사람은 자기가 나라면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고3 2학기때의 그 경험이 아직 느낌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준비할 것이 많은 때라 이렇게 하지만 맘먹고 scale-up 하면 사업을 키우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기업들을 그렇게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고 말이다.


가야할 길이 멀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이지만,
내년 부터는 사업을 키워 돈을 좀 벌어보기로 결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I CAN SPEA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