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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May 28. 2020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

2016년 정도인가 인천 동구의 송림동에 산 적이 있다. 이곳은 동인천중에서도 달동네가 남아 있는 가난한 동네다. 내가 그 달동네에서 살 때의 일이다.


그 동네에는 현대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다. 현대화 공사는 했지만 그래도 세월의 흔적은 피할 수 없는 아주 옛날 전통 시장이다. 재래시장이 그 동네에서 가장 현대화 된 시설이라는 아이러니한 곳이었지만 그만큼 낙후된 동네였다. 그 동네에는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도 쫓겨나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생선을 파시는 행상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행상이라 부르기도 애절한 모습이었다. 여든은 훨씬 넘긴 백발의 꼬부랑 할머니가 다라이에 조그만 생선 몇 마리 깔아놓고 그냥 동네 골목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계신 것이었다. 당연히 팔릴리도 없었고 말거는 사람도 없었다. 거지도 그 모습보단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매일 하루 종일 그렇게 쪼그려 앉아 계셨다.


하루는 내가 그 할머니께 말을 걸어봤다. 여기서 얼마나 일을 하셨냐고. 그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40년도 넘게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세월을 그 자리에 꼼짝없이 쭈그려 앉아 움직이지도 않으시고 반 평생을 계신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특별히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나는 생선을 먹지 못한다) 오며 가며 인사도 드리고 말도 걸어드렸다.


아마 그 할머니도 젊어서는 훨씬 더 활동적으로 일을 하셨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셨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시점에 자신보다 더 나은 미래에 도전하며 발전하셨으면 어떠셨을까. 비록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생선을 팔았지만, 그렇게 조그맣게라도 종잣돈을 모으시면 그 돈으로 식당에 공급도 해보시고, 그렇게 거래처를 넓히면서 납품도 해보시고, 그러다 중간 유통업을 하시던지 식당을 차리시던지 하시다가 차라리 망하기라도 했으면 그렇게 안타깝지도 않았을거다. 그저 그때부터 평생을 달동네 골목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 계셨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


이건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더 발전적인 미래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나 역시 '관성'이라는 것에 대해 그 이후로 깊게 생각 해보았다. 10년전에 내가 하던 일과, 5년전에 내가 하던 일과, 3년전에 내가 하던 일과, 작년에 내가 하던 일이 똑같다면 나는 어떤 성장을 한 것일까?

일의 완성도가 높아지든지,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져있던지, 페이가 더 올라가든지 무언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야 한다. 10년전에 하던 방식 그대로 같은 비용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면 그동안 발전하지 않은 거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현듯 25살의 나, 30살의 나, 35살의 나, 지금의 나를 돌이켜봤다.

아니 단 5년 전의 나와 비교해보았을때, 내 기술과 몸값과 완성도는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생각 해봤다.

또 40대 초반의 나, 40대 중반의 나, 40대 후반의 나, 50대의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어야 할 지도 생각 해봤다.

내가 만약 변화를 거부하고 관성대로 그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면, 그것이 저 할머니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우리는 하루 하루를 전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늘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시도로 나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 할머니께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은, 빈곤도 아니요 외로움도 아니요 꿈이 없어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보낸 그 세월 때문일 것이라. 비록 우리는 따뜻한 방에 밥은 굶지 않지만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있다면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직까지 살아 계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길 위의 스승으로서 내겐 가르침을 주셨다.

그 경험을 불현듯 떠올리며 안타까운 그때의 감정이 다시 생각이 난다.

다시 뵌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다. 말 없이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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