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석 May 27. 2020

적극적으로 시간 낭비해보기

무엇이든 전력질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는 시대다.


잠시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꾸준한 루틴을 하고 일과 삶과 관계 모두에서 성공해야 하며 밤 늦은 시간까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연출된 삶을 보면서 동경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그런 타인과 비교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주는 삶을 지향하게 되는 비극도 종종 일어난다. 무조건 근면해야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삶의 정답이란 것은 존재하고 있을까?


'열심히 사는 것'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은 '열심히'가 아니라 '사는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는 것에 대한 정답 역시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삶에 정답이 있을까?


없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시라는 권유를 드리고 싶다.

그 경험에는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을 하는 좋은 경험들도 있지만, 실패와 시련도 중요한 경험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도 경험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험도 우리가 겪어볼 수 있을 또 다른 경험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떠한가.


나는 서른살부터 서른한살때까지 공부를 핑계로 일년 정도 백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그야말로 피폐한 삶을 살았다.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도 극에 달하고 건강까지 나빠졌다. 하지만 그 경험에서 잃은 99보다 배운 1이 지금 더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내 인생과 감정의 바닥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라. 허리춤까지 차는 물가에서 바닥을 딛고 서있기만 해도 안전한데 깊이를 몰라서 허우적대다가 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나의 관점은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되려 나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실패와 나쁜 경험을 어떤 관점으로 받아드리냐의 문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얼마나 큰 죄악일까?

우리 삶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푹 쉬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굳이 휴식이라고 해서 꼭 여행을 간다거나 프로그램을 짜야만 할 필요도 없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하는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심지어 그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가'이다.

똑같은 시간 낭비에도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휴식으로 받아드리는 관점 또는 그 자체를 그냥 즐기는 사람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결국 그것이 우리가 삶을 관조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나의 모든 결정은 의미가 있고 책임을 질 수 있으면 된다.

사소한 일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다. 그냥 인생은 즐기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짧은 시간이라도 내어 모두 게으름을 부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와의 약속 지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