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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n 11. 2020

PBL이란 무엇인가 : 미래 교육은 결국 다 PBL로

PBL은 교육의 미래다

앞으로의 모든 교육은 PBL이 될 것이고, 또 되어야만 합니다.


교육전문가들은 다 아는 내용이시겠지만, 유관 분야에 계신 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오늘은 PBL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PBL의 개념 및 배경


PBLProblem-Based Learning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문제 기반 학습"이라고 합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Project-Based Learning으로도 사용하시는데, 이 PBL의 개념을 처음 만드신 Barrows&Mayors(1993)은 PBL을 일컬어 "문제를 활용하여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하는 교수-학습 방법"이라고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 기반(Problem-Based)"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하는 전통적 방식의 교육은 "문제 중심(Problem-Centered)" 학습이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문제 기반은 문제가 수단이고 문제 중심은 문제가 목적입니다. 따라서 접근하는 방식이 반대입니다.




왜 이런 방식의 교육이 나타났는가 하면 전통적 방식의 교육에 한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PBL은 원래 1970년대 중반에 의과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교수-학습 모형입니다.


PBL을 모형으로 정리하여 처음 소개한 Barrows(1994)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오랫동안 매우 힘든 교육을 받으면서도 정작 인턴이 되어서는 실제 환자들을 진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의과대학들이 하는 낡은 교육 방식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의과대학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기능이 무엇인지 분석하였습니다.

연구를 통해 Barrows는 의대 학생들이 기초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암기하지만, 졸업 후 실제로 환자를 진료할 때는 지식뿐만 아니라 또 다른 능력들이 필요함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전통적 커리큘럼에서는 그것을 학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제시한 문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반해 전통적 형태의 암기 위주의 교육은 그러한 개별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는 의대 학생들이 졸업 후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기능 두 가지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추론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 주도적 학습기능” (Barrows, 1994)이었습니다.

- "추론기능"은  의사들이 실제 상황에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때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 (지식기반 Knowledge base)으로서 대안적 가설 설정, 가설 검토를 위한 자료 수집, 자료를 분석, 자료를 종합, 최종 진단과 처방을 제시 등의 활동을 하는 능력을 말하며.

- 자기 주도적 학습기능(self-directed learning skill)은, 의사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환자의 문제나 새로운 진료 체제에 적응해야 하며,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끊임없는 학습 과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Barrows는 전통적 교육에서는 간과된 이러한 능력들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PBL 모형을 제안하였고, PBL은 이렇게 의과대학의 독특한 교육적 요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학습 환경이지만, 이러한 고차적 추론 기능과 자기 주도적 학습기능, 문제 해결력 등은 의학뿐만 아니라 공학, 경영, 교육, 법률 등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능들(Duch, Groh, & Allen, 2001)이기 때문에 오늘날엔 모든 분야에서 학습의 기본 철학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사회에서는 그러한 고차적 능력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지식의 구성과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패러다임과 접목되면서 PBL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PBL 만드신 분. Barrows 교수님.




PBL의 프로세스


PBL 설계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를 진행합니다.



물론 엄격하게 저대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초창기 PBL연구에서는 저 흐름에 따라서 진행을 하였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합니다. 문제는 주로 시나리오의 형태로 제시됩니다. 마치 경영대학원의 모든 과목이 Case Study로 진행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Barrows 교수님의 경우 병원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던졌습니다.


2. 그다음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신들이 교수자가 내준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이 과정에서 오류가 나면 다음 단계로 갈수록 방향에 멀어지기 때문에 피드백을 통해 생각과 사실을 구분하여 체크합니다.


3. 문제가 확인되면 그다음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 수집을 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팀플 하는 방식과 비슷한데 수업시간에는 같이 토의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정해진 역할의 연구를 수행한 뒤, 다시 모여 토의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을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의 철학과도 같습니다.


4. 그 이후로는 반복적으로 문제 재확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과 조사를 반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PBL은 교수자가 낸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러한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이 목적이 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학생들끼리 자료를 찾고 토론을 하면서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창의적인 방법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학습의 전이(transformation)도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5. 약속된 기한이 되면 그때는 모두 모여 각 그룹에서 조사한 해결안을 발표하고, 그 이후에 학습 결과 정리 및 평가를 합니다. 여기서 또한 중요한 개념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성찰(Retrospective)'입니다.

위의 1~6번의 각 과정을 마칠 때마다 학습자는 튜터와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매뉴얼 하게 하자면 성찰 일지라는 것을 작성하게 시키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찾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활동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경험 지식으로 체득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매시간 내가 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를 기록하고 곱씹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역할


1. PBL환경에서 교수자는 크게 (1) 교수 설계자, (2) 학습 촉진자, (3) 학습 결과 평가자의 역할을 합니다.




2. PBL환경에서 학습자는 크게 (1) 문제 해결자, (2) 자기 주도적 학습자, (3) 협력적 학습자의 역할을 합니다.



전통적 형태의 교육에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이분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협력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PBL이 아니더라도, 일반 교육에서도 "자기 주도적 학습"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PBL에서 특히 강조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자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Guglielmino, 1997)

즉 이것이 이상적인 PBL 학습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자는,

1. 학습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습니다. 학습을 외적 보상이나 벌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그 자체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가집니다.


2. 학습자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습니다. 자신의 학습 능력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습니다.


3. 학습 기회에 대한 개방성을 갖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활동에 호기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강합니다


4. 학습에 대해 솔선수범하며 독립적이다. 타인의 의지나 관습에 맹종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며, 스스로를 통제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5. 자신의 학습에 책임감을 갖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계획하며, 자신의 학습 진도를 평가합니다.


들어보시니 어떤가요? 정말 이상적이지 않습니까?

이 모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형태의 수동식 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고 반대 포지션에 있는 것이 PBL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BL의 특징


1. PBL은 문제에서부터 학습이 시작됩니다.

 PBL에서는 문제가 제시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으로 학습이 시작됩니다.

→ 따라서 PBL에서 제시되는 문제는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문제가 됩니다.


PBL에서는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실적(realistic)이고 실제적(authentic)인 문제가 사용됩니다.

→ 결과적으로 이러한 실제적 문제의 해결을 통해 학습자는 학습내용과 관련된 전문가의 사고를 경험하고, 그 지식과 관련된 전문 직업을 이해하게 됩니다(Dunlap, 2005)


PBL에서 사용되는 문제는 하나의 정답이 제시되는 구조화된(well-structured)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대안과 방법이 요구되는 비구조화된(ill-structured) 문제입니다.

→ 따라서 PBL에서 제시되는 해결책은 학습자의 관심, 배경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PBL은 학습자 중심의 학습 환경입니다.

PBL에서는 교수자의 일방적인 강의를 통해 지식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활동을 통해 학습이 진행됩니다. (Barrows, 1996)

→ 따라서 학습자는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3. PBL은 그룹 활동을 중심으로 학습이 진행됩니다.

초기 의과대학에서 진행된 PBL활동은 5~8명의 학습자들이 그룹을 이루어 학습을 진행하고, 각 그룹에는 튜터가 배정되어 진행하였습니다. 그룹 활동과 병행하여 개별 학습도 함께 진행됩니다.


문제 분석 →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절차와 방법을 토의 →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 분담 → 개별학습 → 학습한 내용을 발표 및 토의 → 최종 해결안 모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다양한 사람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기능을 학습하고 되고, 다양한 시각과 접근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실천하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4. PBL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됩니다.

PBL에서는 그룹 활동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도 함께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 학습자는 스스로의 학습과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성을 축적해 나가도록 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습자는 스스로 새로운 정보를 얻고, 학습하는 전문성을 지니게 되며,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5. PBL에서는 교수자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진행자 또는 촉진자’로 전환됩니다.

Barrows(1988)는 이를 ‘튜터(tutor)’라고 불렀는데,  학습자로 하여금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학습을 촉진하는 역할입니다.




왜 PBL인가


앞으로의 미래 교육이 거의 다 PBL로 바뀔 것이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답을 암기하는 형태의 교육은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학습에 있어서 암기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가 액세스 되는 시대에서 그 정보를 찾는 기술 대신 암기하는 교육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정답을 맞추는 교육" 보다는 "정답을 찾는 과정을 발견하는 교육"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둘째, 미래 사회의 문제는 "답이 있는 문제"보다는 "답이 없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그 답을 검색해서 찾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의 경우 해결책 그 자체 보다도 해결 방식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아닌 '과정'에 방점을 둔 교육이 필요하면 그것이 바로 PBL의 철학입니다.


셋째, 가장 실무에 필요한 방식입니다.

오늘날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4년을 배워도 현장에서 쓰지 못하는 이론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그에 반해 PBL은 현장의 문제를 그대로 가져와서 시뮬레이션합니다. 예를 들어 의대생들에게 "이러이러한 환경의 병원에서 어떠어떠한 증상의 환자가 이러한 문제를 보였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실제로 일어날만한 상황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각각 그게 맞는 답을 찾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경영학과의 Top MBA 과정들 역시 모든 교육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라고 합니다. PBL과 대동소이합니다.


 


왜 PBL이 우리나라에선 잘 안되는가


지금부터는 좀 주관적인 의견을 해보겠습니다. PBL이 이상적인 건 잘 알겠는데 왜 현장에선 보기가 어려울까.

저는 그 원인과 문제점을 크게 아래와 같이 봅니다.


1.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팀플 과제 내주는 것을 PBL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러나 여기에는 PBL의 핵심 개념이 다 빠져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교수자, 자기 주도적인 학습자, 현장의 문제, 성찰의 시간 등등이 모두 없습니다. 그냥 과제 던지고 발표만 시키는 방식으로 하니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의 수업이 팀플이라고 합니다.


2. PBL은 사실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린 편한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 놀랍겠지만 교수들도 강의식 교육 선호합니다. 하던 방식으로 읽으면 되니까요.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도 시키는 거 싫어합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시험에 나올 문제만 잘 적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 학습은 경계를 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개인적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PBL을 활용한 교육을 제안하면, 100%에 수렴하는 기업들이 너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나온다며 그냥 강의식으로 해달라고 하십니다. 이런 것이 우리 학습 문화의 한계입니다.


3. PBL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 PBL을 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관한 전문성외에도 퍼실리테이션 스킬, 코칭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제 해결 능력 등등의 다양한 기술들을 익혀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들도 굉장히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4. 인내를 가지고 PBL을 할 만한 문화적 풍토가 있어야 합니다.

- PBL로 진행하면 점수와 평가를 계량화 하기 어렵습니다. 정답이 없는 과정이니 모두가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문화에서는 그게 여의치 않습니다.

- 기업 교육에 있어서도 효과성을 우선에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방식을 도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PBL이 말하는 철학은 PBL만의 것이 아니고 오늘날 미래교육에서 말하는 모든 철학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교육공학적 기법들도 학습자 중심, 현장 프로젝트 중심, 퍼실리테이션 중심 등의 어젠다를 똑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교육은 PBL 중심으로 갈 것이고, 가야만 합니다.




글쓴이 /  

최효석 코치(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

choi.hyose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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