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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l 16. 2020

연극인가 재즈인가 : 구조화와 비구조화

많은 기업 고객들은 대부분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 가격만큼의 서비스 범위와 프로세스, 기대 결과를 예측 가능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학습과 성장의 관점에서 그건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커리큘럼 설계를 할 때는 구조화-반구조화-비구조화의 사이에서 구성을 정합니다. 완전한 비구조화란 한 편의 잘 짜여진 연극과 같습니다. 실제로 대기업 워크샵의 경우 분 단위 시나리오와 워크샵에 사용할 질문 리스트까지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능한 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만족도는 높지만 말 그대로 한편의 잘 짜여진 연극에 참여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 강사님들은 이렇게 매일 똑같이 연기하는 느낌이 드는 이런 방식의 워크샵에 많은 회의감을 가지고 계십니다. "매일 기계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한 비구조화는 아무런 사전의 준비가 없는 즉흥성이 생명입니다. 첫 만남에서 범위와 규칙을 함께 정합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떤 주제에 대해 같이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으세요?', '세션이 마친 뒤에 어떤 결과를 기대 하시나요?'와 같은 주제로 과정과 결과를 참여적으로 함께 설계합니다. 구조화가 연극이라면 비구조화는 재즈입니다. 즉흥으로 시작되지만 합을 맞출 수록 기대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훨씬 더 임팩트가 큰 결과는 늘 비구조화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제안서나 시나리오 없이 그냥 들어간다는 점은 기업 고객들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반구조화의 형태로 많이 진행합니다. 주제와 절차 정도는 사전에 협의하고 세부 내용은 당사자간 협의하는 형태입니다. 저는 주로 반구조화와 비구조화 사이의 형태를 선호하고, 여건이 된다면 완전한 비구조화를 지향합니다. 워크샵의 경우 슬라이드를 안쓴지는 몇 년 됐고, 작년부터는 판서조차 하지 않고 진행합니다.


물론 이는 굉장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재즈연주는 그냥 느낌대로 치는게 아니라 사실상 lick이라 불리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의 멜로디를 순간적으로 찾아 적용시키는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치로서 그 상황에 맞는 질문, 그 시점에 필요한 진단, 그 감정에 맞는 대응은 다양한 상황을 철저하게 연습된 상태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 비구조화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능한 상담가나 코치는 이러한 거의 모든 시나리오상 경우의 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즉시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습은 우연한 문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면서 생겨납니다. guided learning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을 스스로 찾아나갈때 더 많은 transformation이 발생합니다. 그 복잡과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완전히 잘 설계된 커리큘럼은 예측 가능한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게 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원한다면 customization을 넘은 synchronization이 필요합니다.


오늘 오전에 코칭 의뢰 상담하신 고객분께 설명드린 내용을 공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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