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의 재무제표를 보니 2021년 기준 매출액은 866억, 영업비용은 1036억으로 총 1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전히 막대한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적자만 늘어나고 있는 이 결과를 두고 재무적 분석을 올리신 분들은 많이 계시니 나는 전략적 분석을 간단히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창업 초기에 클래스101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나는 크게 3가지 차별화된 모멘텀이 있었다고 본다. 첫째, 취미 클래스에서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서비스로 이러닝의 학습 경험을 오프라인과 연결을 한 것. 둘째, 유명 유튜버를 강사로 섭외하여 외부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통해 트래픽을 늘린 것, 셋째, 같은 모듈화된 방식으로 거의 모든 영역의 강의 분야와 강사를 늘려서 물량을 늘린 것. 이 세 전략으로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이것이 곧 패착이 됐다.
우선 취미가 아닌 재테크를 중심으로 컨텐츠가 바뀌면서 온오프믹스의 학습 경험의 의미가 쇠퇴했다. 또한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단순 양적 증가는 팬덤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일으킬 수 있었겠지만 강의의 퀄리티가 관리가 안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단타성 치고 빠지는 이슈 마케팅- 좀 심하게 말하자면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니 수명주기가 끝나는 컨텐츠를 커버하기 위해 더 많은 클래스를 열어야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함몰되었다.
또한 강사를 독점계약하는 형태가 아니니(계약조건 말도 안되기로 강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이것도 브랜드 관리에 실패한 것; 교육회사에서 강사는 supplier가 아니라 customer다) 진입장벽이 낮은 이 업계에 빠르게 후발주자들이 같은 BM으로 우후죽순으로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이를 헷징할 수 있는 전략이 부재했다.
요약하자면 교육 비즈니스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강사관리, 학습자 경험, 콘텐츠 관리 모두에서 실패했고 트래픽으로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롱테일 시장에서 연명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턴어라운드 될 리는 요원했다.
Low-end B2C가 돈이 안된다는 것은 이 업계에 조금만 경험이 있어도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입시와 취업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은 pain point를 느끼는 영역이 아니니 고객이 큰 돈을 지불할리 없고, 가격을 비싸게 매겨봐야 그만큼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면 오히려 그만큼 불만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온라인으로 몇시간 듣는 드로잉 클래스가 실제 매일 출석하는 미술학원의 한달 수강료보다 비싸다)
그렇게 재무적으로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기업교육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온라인 직무교육을 표방하였다가 학원업으로 바꾼 패스트캠퍼스가 계속해서 기업교육으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이 이유다. 이 업계에서 돈이 되는 것은 대기업의 장기차수 교육외엔 없다. 하지만 패캠이나 클래스101이 기업교육으로 수익성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결정적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업교육의 절반 이상은 역량교육이다. 그러나 패캠은 대부분이 직무교육이고 101은 교양교육이다. 애초에 과녁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역량교육의 성과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
둘째, B2B교육은 B2C와 아예 문법이 다르다. 이들은 유튜버 같이 인지도가 높은 강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성과가 검증된 Low-risky한 컨텐츠를 선호한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은 영업이다. 기업교육업계에서 수십년간 맨투맨으로 영업담당이 관리하고 있는 시장에서 청년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온다고? 이건 업계를 전혀 모르는 소리다.
셋째, 교육은 그 자체만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고 대부분 컨설팅으로 up-selling을 하여 수익성을 높인다. 능률협회컨설팅이 능률협회 매출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이런 이러닝 업체들의 경우 소소한 컨설팅은 있을 수 있으나 전담 부서(수행뿐 아니라 영업조직까지) 갖추고 있지 않고 있다.
위 세 가지 영역에서 완전한 해자를 만든 기업이 있다. 멀티캠퍼스와 휴넷이다. 이들은 1,000대 기업을 리스트화해서 맨투맨으로 담당자를 매치하여 양쪽에서 인수인계를 해가며 수십년간 관리하고 있고, 기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컨텐츠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업데이트하여 on-demand 강의를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유지하고 있으며, 직무는 물론이고 역량교육까지 on-off를 완전히 망라해서 학습 경험을 설계한다. 이걸 다 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 이 두 회사뿐이다. 생산성본부, 능률협회, 표준협회, IGM, PSI등은 오프라인은 막강하지만 온라인이 약하고 기타 이러닝 업체들은 오프라인이 약하거나 segment가 너무 좁거나 차별화가 없다는 점이 한계다.
패스트캠퍼스 박지웅대표의 강의 광고가 페북에서 자주 보이는데, 교육업계에서 유명한 시그널이 하나 있다. 교육회사의 대표가 강의에 나오는건 그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거의 예외없다. 이 회사도 분석할 이야기 많지만 일단은 101으로 돌아가자면..
최근 101의 전략을 함축하는 키워드는 "유튜버", "재테크", "다다익선"이다. 유튜버 섭외는 독점성이 없고, 경제적 자유 같은 재테크 컨텐츠는 대체재가 너무나 많고(수많은 후발 기업들 및 유튜브), 다다익선은 필연적으로 관리소홀을 불러 일으킨다(사실상 마케팅 업무를 개별 크리에이터들한테 넘긴거다). 그러니 고객생애가치니 브랜드로열티니 이런거 돌아볼 여력없이 박리다매로 버티는 것 외엔 전략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결국 멈추면 다 무너지기 때문에 더 많은 강의를 만들어야만 버틸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모래성처럼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