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유튜버 이슈로 인하여 컨텐츠 무단 표절 문제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적 재산을 도용한 것 뿐 아니라 공장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을 재테크 수단으로 가르치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습니다.
부업을 통한 경제적 자유는 욕구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본업으로도 생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하루 몇 시간만 투자해서 평생 일하지 않아도 수입이 들어온다는 것은 샤머니즘의 영역에 가깝지 비즈니스의 영역으로는 허상입니다. 이번 칼럼은 디지털 부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인 PDF 전자책과 스마트스토어 교육 비즈니스의 허상을 짚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습니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인류의 통신 체계를 바꾸었던 유선 전화기도 한 세기간 통신 산업을 독점하였다가 지금은 무선 통신에 주류를 빼앗겼고, 지난 세기 일본의 기술 부흥을 상징하였던 제품인 소니의 워크맨 같은 제품도 매체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이 탄생하고 번성하고 쇠퇴하는 일련의 사이클을 제품수명주기(PLC; Product Life Cycle)라 하는데 이 제품의 수명 주기는 현대로 오면서 점점 더 짧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가전 제품이나 전자제품은 수십년 이상 판매되는 경향도 있었으나 CD, 플로피디스크, MD플레이어, 시티폰 같은 제품들은 20년 내외의 수명을 유지하다 쇠퇴하였으며 오늘날 애플리케이션 같은 경우는 단 몇 주만의 수명을 가지고 내려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출판물은 어떠할까요?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팔리는 책을 우리는 ‘스테디셀러’라 부르며 이 정도 책을 쓰는 작가는 인세와 저작권만으로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조정래, 이문열, 황석영, 김훈 작가 같은 분들의 책이 매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판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히 계산해보겠습니다. 보통 도서 정가의 10%이내를 저자 인세로 지급됩니다. 15,000원짜리 책의 경우 한 권에 1,500원이 작가에게 지급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인세로만 월 3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작가는 매월 2,000부의 책이 팔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매월 2,000부는 고사하고 초판 2,000부만 다 팔아도 성공입니다. 도서 구매 독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장르 편중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특징들을 통해 PDF 전자책이 안되는 이유는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PDF전자책은 그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몇 천만원 몇 억원을 벌었다는 책들도 월별 매출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 첫 1개월 매출이 90%에 육박할 것이고 매월 꾸준히 판매되는 PDF는 극소수일 것입니다. PDF전자책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책들이 지금도 그렇게 팔리고 있나요? 그렇기에 1권으로 경제적 자유는 불가합니다.
다음은 내용입니다. 스테디셀러는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PDF 책들의 주제와 품질이 그 정도 수준이 되나요?
그럼에도 몇천만원씩 매출을 일으킨 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책의 내용이라기 보다는 팬덤의 영향이 큽니다. 그러다보니 잘 팔리는 PDF전자책의 특징은 ‘잘 쓴 책’이 아니라 ‘책을 구매한 팬덤이 구축된 저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팔릴 내용을 잘 쓰는 것’보다 ‘팬덤을 구축해놓고 그들에게 판다’라는 선후관계가 바뀐 마케팅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전자책 마케팅을 보면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효용가치가 없다면 지불을 할까요? 그렇다면 생각해봅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 정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만큼이 이야기가 되는지 말이지요. 예를 들어 내가 회사에서 깨우친 엑셀 꿀팁이 있어서 그걸 책으로 써보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부업이 아니라 하루도 안 빼고 매일 엑셀 강의와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은 될텐데 과연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더 탁월한 내용을 쓸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상품성이 없는 저자와 상품을 밀어 넣고 있는 시장이 문제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럼 전문 실무 기술로는 먹히지 않으니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경험한 내용을 팔려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전자책의 내용은 같은 내용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책 만들기와 마케팅 관련 내용밖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더 넓게 보자면 그 사람들의 총합이 이 시장의 크기이며 그 시장으로 일반인들을 유입시키며 확대하는 것이 다단계적 특성과 동일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습니다.
컨텐츠의 수명을 이해하시려면 가수의 활동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앨범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앨범활동을 합니다. 그러다 인기가 사그러들면 활동을 종료하고 다음 앨범을 준비합니다. 한 장의 앨범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가수들은 흔히 말하는 “연금”형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정도인데, 작가로서 그걸 이루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런 0.01%도 안되는 확률에 수강생들은 할 수 있다고 가스라이팅하고 정작 본인도 못하면서 그들을 끌여들여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는 강사들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다른 수강생들에게 같은 방식을 하도록 알려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다단계 방식이 이 업계에 만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다단계 모델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스마트스토어 부업 시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익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제품도 아니고 시장의 크기도 아닙니다. 거시적으로는 수요-공급이고 미시적으로는 경쟁 강도(Level of Competition)입니다. 잠재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의미 없지만 누구나 다 파는 제품을 나도 파는 것도 의미 없는 전략입니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강남대로 양 옆에 카페가 100개가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내가 101번째 카페를 열면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이라고 해도 장사가 잘 될까요? 반면 메디컬 빌딩 1층에 입점한 약국이 돈은 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얼마나 많은 경쟁자가 있느냐’가 수익성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영역이며, 경쟁자가 아무도 없는 시장을 우리는 독점시장이라 합니다. Zero to One이나 블루오션 전략, 마케팅 불변의 법칙, 포지셔닝 같은 마케팅 바이블들이 하나 같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독점을 이야기 할 때 독점성을 구축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점성을 만들고 후발주자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자(垓子, moat)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스마트스토어 부업의 한계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입도, 재고도 필요 없이 중개만 하는 모델은 진입장벽이 너무 낮기 때문에 너도 나도 뛰어들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점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제품은 구매 시장이 너무 작고, 팔릴만한 수요가 있는 제품이라면 이미 진입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시장의 수요는 많은데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발견하겠다는 것은 열댓페이지 PDF전자책을 워드로 작성해서 평생 먹고 살 수 있겠다는 것과 비슷한 가능성의 주장입니다.
그런데도 강사들은 왜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할까요? 그들에게는 교육이 수익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몇천, 몇억 만들기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막대한 적자 보면서 최저가로 팔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적자를 감당하게 하고 매출 지표를 만들어서 강사가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던지 아니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으니 교육비 환급 대상에서 제외하던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강생이 지게 됩니다.
그래서 커머스로 부업을 하고 싶다면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첫째, 신규 브랜드에 빠르게 딜러십을 받아 판매를 시작한 후 그 레퍼런스를 가지고 독점 총판권을 협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제품 단계에 있는 제품 스타트업들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회사 자체가 R&D 조직으로 되어 있다 보니 판매에 대한 고민이 항상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 곳에 가서 회사는 제품에만 집중하고 물건은 내가 팔아주겠다고 하면 제 경험상 거절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출을 늘려주고 신뢰가 쌓여서 그 제품에 대한 총판권을 받게 되면 위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던 독점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커머스로 부업을 하시고 싶다면 저는 차라리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판을 보시면 상품만 있다면 팔겠다는 사람은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시장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내가 제품을 만들면 팔아줄 셀러들도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종합적인 난이도로 보았을 때 저는 이게 더 낫다는 입장입니다.
다들 무자본, 무재고 이런 부담으로 Dropshipping형 사업만 생각하시는데 일반적으로 Risk와 Return은 정비례합니다. 애플이나 삼성 같은 회사들도 생각이 없어서 재고를 운영하겠습니까. MOQ를 높여 적정 재고를 운영하는 것이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자본과 재고는 위에서 말한 해자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정말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리스크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과연 기업가 정신인가라는 질문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PDF전자책과 스마트스토어 시장의 문제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불가능에 가까운 환상을 수강생들에게 불어 넣어 창업을 하도록 한다.
2. 왜냐하면 교육 그 자체가 그들의 수익모델이며, 또한 교육생들의 결과를 자신의 사업에 이용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과 리스크는 모두 교육생이 지며 강사는 지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수강생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돌린다.
4. 일반적인 평범한 수강생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큰 돈을 들여 배운 이 내용이고 그렇기에 자기가 배운 내용과 같은 교육을 똑같이 진행한다. 표절 및 다단계 이슈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5. 리스크 없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직업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사업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분노 포인트는 출판업계, 커머스 업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싸우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주려고 노력하는 전통적 시장의 사업자들을 마치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고 올드하고 심지어 뒤떨어진 것처럼 취급하는 강사들의 행태입니다. 평범한 사업자들은 그런 방법을 몰라서 하지 않을까요? 교육사업에서는 수강생이 고객입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자기가 남길 것도 안남기고 모두 다 수강생에게 주기에도 바쁜데 그들을 자원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돈벌이에만 이용하는 행태는 바뀌어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N잡은 필수가 되고 대부분의 직업이 긱 워커의 형태로 변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핵심 역량을 발견하고 나만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아이템을 발견해야지 똑같은 아이템, 똑같은 프로세스로 공장형 상품처럼 배출되는 다마고치형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choi.hyoseok@gmail.com
스타트업 분야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서 기업교육회사인 서울비즈니스스쿨의 CEO를 역임하였고 코칭,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컨설팅 등 전문 지식 서비스 산업에서 1,000회 이상의 워크숍과 코칭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CJ, 포스코 등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들과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서울시 인재개발원, 한국관광공사등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하였으고,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KAIST, 고려대학교 등 국내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창업 교육 기관인 Babson College의 창업교육 전문가 과정과 Google Higher Education Academy를 수료하였고, 세계 최고의 코칭 교육기관인 CTI사의 Coactive 프로그램을 모두 수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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