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체중을 관리하기로 했다. 얼마후 몇 키로의 체중은 줄었으나 전체적인 건강 상태는 더 악화됐다.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았고 활동량도 줄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목표는 "건강한 삶"이고 이를 위한 지표가 "체중"인데, 마치 "체중"만을 목표로 관리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매출만을 목표로 잡고 있는 어느 기업이 있다. 직원들은 그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때론 안좋은 방법까지 동원해서 말이다. 그러자 매출 숫자는 맞추었지만 고객 만족도나 브랜드 가치, 기업의 신뢰도는 떨어져서 지속가능하지 못하였다. 오늘날 많은 회사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는 사례다.
1950년대에 KPI라는 지표의 달성률로 목표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소개된 MBO제도는 목표의 계량화와 가시화라는 측면에서 혁신적인 도구였다. 하지만 수십년의 역사를 거치며 각 조직의 특성에 맞추어 진화하다보니 너무 바리에이션이 많아졌고 무엇보다도 경영 환경의 변화가 제도의 정착보다 빨라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기존의 재무 지표를 중심으로 한 MBO는 도전에 마주하게 된다. 첫째로, 재무지표는 그 자체로 지속 가능성과 상관 관계가 적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매출 외에도 영속하는 기업에겐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있었다. 둘째로, 그 시절 세계화 및 IT기술의 발달로 보다 복잡한 성과관리 운영체제가 필요했다. 셋째로, 단순한 '목표' 그 자체 보다는 목표로의 '정렬'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넷째로 전통적인 MBO 시스템에서는 소통과 실행에 갭(gap)이 있다는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교수였던 로버드 카플란과 데이비드 노튼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속에서 단순히 재무지표에만 의존한 기업의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균형있게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영속적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들은 ①재무(Financial) ②고객(Customer) ③프로세스(Business Process) ④학습 및 성장(Learning&Growth)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곧 이 4가지 요인에 대한 점수표(Scorecard)를 만들었는데, 이 점수표의 특징은 총점이 아니라 편차(Deviation)였다. 단순히 총합이 높은 회사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균형있게 성장하는 회사가 잘 된다는 것이 그들 연구의 핵심이었다. 그들은 이 점수표를 일컬어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 앞글자를 따서 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까지 경영계를 휩쓸은 BSC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BSC의 스토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1.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의 '균형'이 중요하다.
-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체중뿐 아니라 근육량, 체지방량, 체수분량 같은 것도 중요하고, 나아가 정신적 건강이나 사회적 건강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체중" 하나만 본다면 상위 목표 달성에 필요한 다른 다양한 요소들을 간과하게 된다.
2. 단일 지표는 보이지 않는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
- 예를 들어 "건강한 삶"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체중계로는 한계가 있다. 체중만 측정하는 체중계보다는 수십가지 요소를 측정하는 인바디가 훨씬 더 필요하다. 이것은 즉 조직의 상태를 측정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센서들을 달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 즉 측정은 디테일 할수록 좋은데, 눈바디보다는 체중계가, 체중계보다는 인바디가, 인바디 보다는 건강검진이 더 좋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 건강도의 가시성(visibility)를 높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3. 개인과 부서의 성과를 Scorecard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것이 Performance visibility의 핵심인데 단순히 달성률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Scorecard를 마이데이터로 만들어서 개인별/조직별로 연결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HR Tech 회사들에 이 내용을 꼭 조언하고 싶다.)
여러분은 "인생의 목표는 돈"이라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부자들의 삶은 더없이 행복한가? (통계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돈이 목표가 되면 다른 중요한 것들에 대한 시각이 줄어들게 되고, 갈증이 난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무한한 불만족이 반복되기 쉽다. 또한 건강한 삶의 태도를 잃기도 쉬우며 돈에 대한 집착은 관계나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쉽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다이어트 마약을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체중"이나 "체지방률" 같은 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Indicator)"이지 그 상위에 있는 "목표(Goal)"은 대부분 '건강', '행복'과 같은 보다 가치적인 것이어야 한다.
재무지표, 매출지표, 마케팅지표의 달성률만 체크하면 Great company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생존이 최우선이니까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조직 중에 '이제는 좀 안정화 되었으니..'하는 회사는 보지 못했다. 짐 콜린스가 말한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는 처음부터 이런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Day 1의 약속을 지킨 제프 베조스, 창업시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레이 달리오.. 모두 동일하다.
다들 그냥 돈이나 벌자고 일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좀 더 가치적이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관점을 보다 넓혀서 돈에서 벗어난 더 다양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 기업들도 재무적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재무적 요인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현대 경영학의 일관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