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어느날 교육을 좀 준비해보라는 역할을 받는다고 하면 거의 99%는 이렇게 한다.
1. 대표나 임원에게 어떤 교육을 하면 되는지 물어본다.
2. 그 주제로 유명한 강사를 유튜브, 네이버 등에서 찾아보거나 주변에 추천을 받아 섭외한다.
3. 강사의 커리큘럼을 받아 그대로 진행하고, 여러 차수 교육의 경우 강사진을 꾸려서 다회차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진행한다.
4. 그 중 강의 만족도가 높은 강사는 다음에 다시 부른다.
아마 대부분 이렇게 진행할텐데 위 4가지 방법은 모두 잘못된 방법이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첫째, 현대의 HRD는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공통 핵심 역량'과 같이 모든 임직원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은 Top-down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학습자의 수요에 맞추어 Micro-customization하는 것은 현대 교육 공학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Top down 식으로 주제와 강사를 정해서 하는 방식은 효율이 떨어진다.
둘째, 강사의 유명세와 교육 성과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과 우리 회사의 문화 및 내용과 Fit이 맞느냐도 다른 문제다. 아무리 유명하고 뛰어난 강사라도 우리 회사에 안맞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단순히 유명하고 많이 해 본 사람이라고 섭외하는 것은 위험하고 이런걸 분별할 줄 아는 것도 담당자의 실력이다.
셋째, 교육 과정은 단편적인 과정들의 합이 아니라 교육의 목표와 성과를 중심으로 Backward로 Align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명확한 교육의 목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과 증거로서의 개별 과정, 각 과정이 교육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평가 방법..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정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유명한 강사의 유명한 강의들을 누더기처럼 끼워 맞춘다고 전체 과정의 퀄리티가 올라가지 않는다.
넷째, 강의 만족도와 교육 성과는 상관 관계가 있는가? 교육학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교육의 성과는 이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어떻게 행동이 변화되고 그것이 상위 성과(재무적 목표,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가로 측정해야 하지만 이게 되는 조직이 거의 없다. 이에 반해 강의 종료 직후 리커트 5점 척도로 진행하는 만족도 평가는 사실상 강사의 인기투표에 가깝다. 교육의 성과에 관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강의만족도와 교육의 장기성과가 Negative의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도 꽤 있다. 예를 들어 코미디언을 강사로 섭외 했다고 치자. 내내 웃고 떠들고 아주 만족스럽게 진행했지만 그게 기업의 전략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반대로 괴로울 정도의 하드 트레이닝은 배울때는 무척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말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도 많다. 즉 중요한 것은 교육의 만족도가 아니라 교육의 성과목표 달성 기여도이어야 한다.
그럼 이런 이상과 현실의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조직의 리더이거나 HR담당자라면 이렇게만 바꿔봐도 크게 바뀐다.
1. 회사의 전략목표-인사의 목표-교육의 목표를 Align 작업을 실시한다. 즉 회사의 방향성은 Top-down으로 명확화 하되, 그 안에 내용은 교육 대상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Bottom-up으로 채운다. 가급적 개개인의 니즈를 만족할 수 있는 개인화된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더 좋다.
2. 강사에게 턴키로 하청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내의 담당자가 기획자가 되어 설계를 하고 그 내용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하지 않는다. 바쁘기도 하지만 그럴 실력이 안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방식의 차이는 크다. 외부 전문가는 해당 주제의 전문가이지 그 주제가 이 회사의 다이나믹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내부 담당자보다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3. 여러 강사진들의 다회차 특강을 엮는 세미나 방식은 좋게 봐야 원포인트 렛슨이나 동기부여 자극 정도이지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입식 방식)
강사들이 실습 몇 개 넣고 토론 몇 개 넣고 참여형 교육이라 말하는 경우 많은데 그게 참여형 교육이 아니다. 마치 대학에서 교수님들이 한 학기 내내 학생들한테 발표만 시키고 자기는 피드백 잠깐 주고 참여형 교육이라 말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것도 틀렸다.
PBL, Action Learning, Learning Facilitation 등이 참여형 교육이며 이건 사실 강사들도 제대로 하시는 분들 드물다. 그래서 교육기획자(사내 HRD담당자 아니면 외부 HRD컨설턴트라도)와 강사가 치열하게 토론하며 교육의 내용뿐 아니라 그걸 최선으로 딜리버리 할 수 있는 교육의 형식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4. 교육의 성과 측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건 만족도 평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교육 직후, 1개월 후, 분기별, 1년 후 등 인터벌을 두고 이 교육의 내용이 어떻게 실무 퍼포먼스와 조직 성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방법인데, 물론 현실에서는 통제된 환경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상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에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서 많이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이 방향성과 철학을 가지고 시도해보는 것이다.
만약 우리 조직에서 각 회차별 인기 강사 섭외해서 잘 나가는 강의 프로그램들 엮어서 진행하려는 교육이 있다면 위 내용을 참고해서 다시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