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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Feb 12. 2016

경품왕 이야기

   90년대 중반에 TV에서 미국의 어느 경품왕이 나온 걸 본적이 있었다. 다들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다 경품으로 받은 것들이었다. 식기, 가구는 물론이거니와 자동차와 집까지도 모두 경품으로 받은 것들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의 최호황기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청소기며 오디오며 텔레비전이며 경품이라 하기엔 너무 좋은 것들로 집이 가득 차 있어서 대단해 보였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비슷한 경품왕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 지라 처음엔 ‘역시 미국은 스케일이 크구나’ 정도의 생각만 하면서 방송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광경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집 구경을 시켜 주던 그가 취재진을 어느 방으로 인도했는데 그곳은 서재인양 사방이 책으로 가득차고 사무용 책상과 작업선반 같은 것이 위치해 있었다.     


"이 곳은 제가 경품을 응모하는 일을 하는 방 입니다”     


 그렇게 멘트를 하고 그는 앉아서 그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상에 앉아 왼쪽엔 응모를 위한 매거진들을, 오른쪽엔 참고도서들을 쌓아놓고 차분히 앉아 스탠드 라이트를 켜는 그 모습은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흔히 경품왕이라고 하면 우연치않게 뽑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위해 이렇게 노력할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에겐 경품응모가 직업 그 자체였다. 책상에 앉아 온갖 매거진을 옆에 쌓아두고 한 권 한 권 퀴즈를 풀기 시작했다. 십자말퍼즐을 위해 여러 종의 사전을 찾아가며 씨름했고 퀴즈문제를 풀기위해 백과사전을 동원하며 진지하게 일에 열중했다. 그는 경품응모를 하기 위해 그렇게 직업처럼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문제 풀이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중학생의 나는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충격을 느꼈다. 또 흥미를 위한 방송이지만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엄숙함도 느꼈다. 그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경품응모를 하고 있었고 그 전문성을 위해 방을 가득채운 엄청난 양의 책들을 공부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후 국내방송에 나온 경품왕들의 모습은 다들 하나같이 운(lucky)에 포커스를 두고 방송에 나왔다. 꿈을 잘 꿨다느니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느니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포커스였다.      


우리는 과연 이 사람처럼 우리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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