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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l 10. 2017

[교육후기] 대기업 경영사례분석 워크샵

지난 봄에 모 기업체에서 교육의뢰가 들어왔다.

상장기업인데 보통 직접 의뢰가 들어오기 어려운 클라이언트였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큰 곳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회사도 아니다.

대표자인 나도 대기업이나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교육담당자님께서는 나를 믿고 일을 주셨고,

나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최고의 교육을 만들어서 서비스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막상 기획을 들어가니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의 업종과 분위기 자체가 보수적인 전통 산업을 하는 곳이었다. 이런 기업문화는 교육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였으면 굉장히 액티브한 프로그램이 가능하지만 보수적이고 위계적인 기업체의 경우 참여도가 낮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둘째, 교육 참석자들은 대부분 40대이상~50대의 중역급으로서 굉장히 교육이 어려운 레벨이다. 차라리 임원급이라면 명사 초청 세미나로 하면 될텐데, 실무 레벨에서는 가장 높은 직책인 지점장이나 본부장급인 분들에게 실습을 위주로 한 교육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셋째, 환경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 전날 밤까지 야간 교육을 받고 자체 친목행사(음주회식 포함)을 마치고 그 다음날 오전 8시에 시작하여 무려 4시간을 진행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나 집중력에 있어서나 무척 불리한 상황임은 맞았다.


넷째, 게다가 이 교육을 위해 새로 만든 케이스와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하는 나에게도 검증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이 교육을 위해 사전에 많은 연구와 인터뷰, 시강 등을 통해서 준비는 충분히 하였으나 이건 실전이기 때문에 긴장이 안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 담당자님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맡겨 주신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01.

우선 교육담당자님과 사전 미팅을 갖고 어떤 사례를 가지고 진행해야 할지 논의했다. 총 3회에 걸쳐 회사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사례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개의 회사 사례를 찾았고 그 회사를 섭외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섭외 자체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 과정은 해당 회사의 임원급 실무자의 세미나전문 교수에 의한 케이스 스터디의 2가지 모듈로 진행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잘나가는 우수 회사의 임원들이 브랜딩 목적이나 공익 목적이 아닌, 다른 일반 기업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해결한 방법은 두가지 였다. 우선 대상이 되는 기업들을 2배수 정도로 추린 후에 하나는 내가 알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부탁을 하거나 다른 하나는 임원급이 아닌 다른 분들을 통해 진행해보자고 결심했다. 섭외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여튼 그렇게 해서 한 개 회사는 실제 목표 기업의 부대표님이 오시게 되었고, 다른 두개의 기업사례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신 교수님들이 진행하시는 것으로 추진했다.


02.

그렇게 세 기업의 섭외를 마무리 했다. 이제는 케이스 및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단계였다.

총 3회의 교육 중에서 첫번째 대상은 국내 숙박O2O의 선두기업인 야놀자였다. 워낙 스타트업 혁신사례로 유명한 곳인데여서 교육담당자님께 적극 추천한 기업이었고 다행히 승인이 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하여 연사를 섭외하였다. 실제로 이 당시에 야놀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과정 중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근무시간 이후인 밤에 진행되는 강연이라고 해도 시간을 빼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교육의 취지와 당위성에 대해서 잘 설명드리고 여러차례에 걸쳐 정중히 요청한 결과 김종윤 부대표님을 연사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섭외가 확정된 이후 나는 야놀자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실시했다. 우선 회사소개서 및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자료를 중심으로 충분히 사례를 연구하였으나, 보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보통 실제 해외MBA의 Case는 개발을 위해 장기간동안 수차례에 결처 다양한 조사연구를 진행하지만 이번엔 여건상 그러지 못하여 한번의 인터뷰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야 하므로 체계적으로 질문 내용을 준비하여 진행했다. 다행히 부대표님이 전략컨설턴트 출신이시라 체계적으로 우리가 필요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주셨다. 이로서 사례 개발을 위한 자료수집을 정리하고 교육 자료 개발에 착수했다.


03. 

강의자료 제작을 위한 소스는 크게 네가지였다. (1)회사소개서 및 언론보도자료등 공개정보 (2)담당자 인터뷰(김종윤 부대표) (3)문헌조사(이수진 대표 저서 "리스타트") (4)필드 리서치(지인 대상 FGI).

이것들을 가지고 크게 강의 자료케이스 보고서 등 두 개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보안상 전체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정리된 케이스의 사례는 아래 링크와 같다.


https://brunch.co.kr/@choihs0228/95


04.

그 다음으로 고민한 부분은 바로 강의 현장이었다. 위에서 말한대로, 어떻게 하면 보수적인 대기업의 40대 중역들을 즐겁게 몰입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퍼실리테이션 및 교수법 기법을 총 망라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우선 전통적인 세미나 방식은 상식적으로 시도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잠 못잔 이른 아침에 4시간이나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태도적으로나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말 해외MBA 스타일로 진행하기에는 대상과 목적이 달랐다. 그래서 그것들의 장점을 종합하여 5ES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근본적인 도구로 삼았다.


5ES Facilitation Methodology


강의시간 4시간을 1시간씩 4개의 모듈로 구분했다.

이 모듈에 따라 아래와 같이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M1 : Engagement] 08:00-09:00 오리엔테이션, 아이스브레이킹

[M2 : Exploration] 09:00-10:00 탐구[분임토의]

[M3 : Explanation] 10:00-11:00 Role Playing Game [시뮬레이션]

[M4 : Elaboration-Evaluation] 11:00-12:00 프로젝트 발표



Module 1. 오리엔테이션 / 아이스 브레이킹


이른 아침부터 모인 사람들이기에 피곤함을 쫓으면서 수업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우선 각 계열사에서 온 교육생들이 서로에 대해 어색함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서 <공감왕 찾기>라는 아이스브레이킹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자기소개와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으로서 총 3가지 질문을 통해 각 멤버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했다. 각 5분 정도의 룰 소개, 5분씩 3개의 질문 총 15분, 그룹 세션 5분을 통해서 약 25분간 각자 자기소개 및 팀 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을 갖추었다. 방법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장의 분기기가 중요한 것이라 다행히 그날 오전 참여도가 좋아서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 그룹세션을 통해서 팀 리더를 중심으로 팀 이름과 미션/비전까지 설정하였다.

이날 교육의 최종 목표는 사례로 등장한 기업의 입장이 되어서 신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는 것인데, 그 목적을 위해서 예상을 넘어 단단한 팀워크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초반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스브레이킹이 마치고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을 20여분간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내용은 (1)교육의 목적과 목표 (2)타임테이블(전체적인 진행계획) (3)목표 달성후 교육생들이 변화되는 모습들 등인데 이를 차근차근 설명드렸다. 분위기가 해빙되어서 그런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다들 굉장한 몰입력을 보여주셨다.



Module 2. [탐구] 분임토의


아이스브레이킹과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조별 분임토의에 들어갔다. 

분임토의에 앞서 사례보고서를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으실 수도 있고 더욱 꼼꼼하게 토의에 임하기 위해 쉬는시간 포함하여 약 15분간 케이스를 읽는 시간을 가졌다.


토의는 브레인스토밍으로 진행되었으며 주제는 (1)야놀자의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와 (2)야놀자의 성공사례를 우리 회사에 적용하면 어떤 교훈점이 있을까였다. 두 주제의 선정이유는 첫번째는 선행사례를 토대로 그 노하우를 분석해보자는 취지였고 두번째는 모든 교육의 목적은 스스로에게 적용시킴으로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상 현업에 대응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모두가 역할을 맡아 굉장히 치열하게 토론에 임해주셨고, 나는 중간중간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역할을 하면서 토론이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테이블별로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한 후 그 아이디어들을 조별 갤러리에 포스트잇으로 부착했다. 유사한 아이디어는 중복하고 빼었는데도 굉장히 다채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아이디어 부착이 마친뒤 우리는 갤러리 워크를 통해서 각자 내놓은 아이디어들을 상호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례기업의 성공요인을 통해 자사의 전략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Module 3. Role Playing Game [시뮬레이션]


그 다음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워크샵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를 가미하고자 롤플레잉을 준비했다. 각 조의 조장이 CEO가 되어 각 조원들을 COO, CMO, CHRO, CSO 등으로 임명한 뒤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임시 이사회를 벌이는 상황을 제시했다.


첫번째로, 각 강사는 조장을 CEO로 임명했다. 조장은 오리엔테이션때 추대와 선발의 과정을 거쳐 임명된 사람이기에 문제점은 없었다.


둘째로, CEO는 각 조원들의 계열사, 근무부터, 직책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이사회 직책(C-Level)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기획부서에 있는 사람은 CSO, 회계부서에 근무하는 사람은 CFO, 인사부서에 근무하는 사람은 CHRO 등으로 임원 승진시키고 실제로 롤플레잉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는 동안 자신의 역할에 맞는 조언을 하도록 규칙을 정했다. 우선 역할이 정해지자 자기 직책에 맞는 명찰을 포스트잇으로 임시로 만들어 패용했다. 

정말 재미 있는 것이, 단순히 명찰에 직책만 붙인 것인데도 모두들 상상을 초월하도록 자기 역할에 몰두하셨다.



셋째로, 이 롤플레잉을 통해 해결한 미션이다. 임시 이사회를 열어 Module 2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회사의 신사업으로 투자가 가능할지, 혹은 사례기업과 제휴가 가능한 비즈니스는 무엇이 있는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논의된 아이디어들은 단순히 교육 목적에서 개발된 것들이 아니고 실제로 본사에 제안을 해도 될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사실 이 교육과정 자체가 전체적으로는 궁극적으로 회사의 신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기회라서 약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었는데 기대이상으로 좋은 성과들이 나와서 무척 고무적이었다. 또한 교육생들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경영진의 입장에서 투자의사결정을 논의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Module 4. 프로젝트 발표


마지막 세션은 이사회의에서 결정한 신사업 기획안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반적인 IR 행사의 컨셉으로 진행했고, 조별 프리젠테이션 이후 다른 조(각 계열사)의 피드백을 받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 부분에서도 재미있었던 점은, 각 조 안에서도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보였지만 전체로 놓고 보면 이런 저런 계열사에서 파견되어 같은 지주회사이지만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분임토의를 할 때와는 또다른 Idea Spark가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한 개의 기획 아이디어가 나올때마다 인사담당부서에는 성과의 관점으로, 재무부서에는 수익의 관점으로, 마케팅부서에서는 세일즈의 관점으로 피드백을 주며 단단해지는 아이디어를 보면서 실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나 교육생들이 보통 본부장급 임직원으로 실제 수년 후 임원을 보고 있는 대상자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수년후 가시화가 되지 않으란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락 이렇게 4개의 모듈을 각 한시간씩 마치니 총 4시간이라는 시간이 되려 부족했다.

모든 발표를 마치고 자체적으로 우수 아이디어를 선발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각 CEO들 그리고 몇몇 대표 학생들을 통해서 소감 발표를 했다. 그리고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모든 의견 경청 후 Wrap-Up session을 가졌다. 

되려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인텐시브하게 진행되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무척 교육의 밀도는 높은 워크샵이었다. 강의 마치고 교육생들과 같이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첫번째 워크샵을 종료했다.


이번 워크샵은 나에게도 큰 도전과 경험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절대 쉽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집중력이 원활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퍼실리테이션, 게이미피케이션, 아이스브레이킹 등 다양한 교수법들을 망라해서 다양하게 적용한 결과 교육의 참여도나 만족도 모두 높았다. 다음번 워크샵에서는 이날 하지 못했던 다른 기법들을 다시 적용시켜볼 예정이다.


쉽지 않은 교육을 성취하여서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다음번 워크샵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성장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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