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정을 아는 어느 집사님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 수업료를 내주었고 남몰래 용돈도 주셨다. 주일학교 선생님은 나를 따듯하게 대해 주셨고, 나에게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보셨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中-
새벽 5시면 기상을 해 아침을 준비하고, 점심 도시락과 저녁 도시락을 쌌다. 주방도 없는 독서실 탕비실에서 고등학생이 싼 도시락이라 계란후라이 하나도 얹기 어려웠다. 내 사정을 어찌 아셨는지 교회 학생부 선생님께서 내 매식비를 대납해주셨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로 배달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매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가르치지도 않는 학교 화학 선생님은, 집으로 불러다가 김치통을 쥐여주시곤 하셨다.
그때는 가난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들의 구휼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