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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퇴보

by GQ

가족이 사망한 환자에게 작별인사를 건넬 때 나는 이에 낀 초콜릿 칩을 떼어내며 굉장히 맛있다고 생각했다. 의사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中-


종종 전전두피질에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인류애가 박살이 난 것 같은 때가 있다. 릴스에서 전역 군인이 가족에게 깜짝 등장하는 30초짜리 영상만 봐도 눈물이 찔끔 나오는데도, 종종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류애 소멸성 감정 증후군이 느껴질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재난 뉴스를 보면서도 전혀 슬프지 않을 때가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기아에 무심해질 때가 있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가까운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도 동요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내 도덕성이 퇴보한 것인인, 연민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것인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무기력인 것인지.

이유가 무엇이든 괴물이 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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