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보레고 스프링스의 구릉지대, 텍사스 딥의 굴곡진 언덕길을 멀리서 그리고 극단적으로 가까이 비추는 카메라 워킹을 따라가며 속이 울렁거렸다. 현기증 나는 카체이스 장면은 직선으로 이어지는 세 대의 차와 그 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 시점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맨 앞에는 흰색 닷지를 모는 십 대 소녀 윌라가 있고, 뒤에는 그녀를 처치하려는 극우 인종주의자 팀 스미스의 머스탱, 그리고 끝에는 딸을 구하려는 구시대 혁명가 밥 퍼거슨(디카프리오 분)의 센트라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닷지 챌린저 : 다시 숨 쉬는 자유
윌라가 도망치는 데 쓰는 차는 원래 인디언 용병 아반티 Q의 것이었다. 그는 악당이지만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자기 원칙을 지녔다. 결과적으로 윌라를 구하고 쓰러진 뒤 남긴 차는 이제 소녀의 생존 도구가 된다. 닷지는 금주법 시대, 범죄자들이 경찰의 느린 차를 따돌리며 명성을 얻었고, 이후 미국적 반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윌라가 챌린저의 핸들을 잡는 순간, 미국의 범법과 자유, 억압과 탈주의 역사가 다시 호흡을 얻는다. 새로운 세대가 금기의 경계를 넘어서는 결정적 장면이기도 하다.
포드 셸비 머스탱 GT500 : 힘의 신화와 종말
추격자 팀 스미스의 차는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와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카가 만난 셸비 머스탱 GT500. 근육질 차체와 폭발적인 엔진은 백인 인종우월주의자가 믿는 힘과 우월의 은유다. 그는 직선의 가속력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려 하지만, 그 과신은 결국 자기 파멸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 머스탱은 힘에 취한 자가 맞이할 불가피한 종말의 상징처럼 보인다.
닛산 센트라(SE-R) : 구시대 혁명가의 안간힘
밥 퍼거슨이 몰고 있는 닛산 센트라는 1990년대 초기 모델로 낡았다. 영화 속 그의 대사, “이 차는 왜 이렇게 느린 거야”는 차의 성능을 탓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구시대 혁명가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는 고백처럼 들린다. 시대는 앞질러 달리는데, 그는 여전히 낡은 차와 함께 뒤쫓고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의지, 아날로그적 집념이 바로 밥이라는 인물의 본질이다. 느림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차는, 낡은 이상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사람의 초상이다.
영화사에 남을 이 카체이스는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집념도, 힘으로 덮으려는 자의 폭력도, 새로운 세대의 자율과 본능 앞에선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을 알 수 없는 거친 도로 위를 달린 것은 차들이 아니라, 시대와 세대가 충돌하는 서사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