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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Oct 07. 2016

만약 당신에게 2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AGI Open Seoul Review

사실 올해 AGI Open Seoul 2016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래픽 디자인 분야 세계적인 거장들이 짧은 발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모든 디자이너에게 할당된 시간은 20분뿐이었다.  

대게 발표시간이 길면 길 수록 더 부담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발표자 입장에선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더 어렵다.  

.열정적으로 발표 중인 스튜디오 워크스의 키스 고다드 Keith Godard.


AGI멤버들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이 20분이라는 시간이 더 매력적이었다.  


만약 커다란 컨퍼런스에서 청중들에게 당신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20분 동안 주어진다면 당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일본 북디자인 거장 소부에 신(Sobue Shin)은 문제(Trouble)를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의도적으로 Trouble을 만들어 출간한 만화책. 같은 페이지가 중복 인쇄되었다.


소부에 신은 24일(첫째 날) 발표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표가 25일(둘째 날)로 연기되었고 급하게 빈 시간을 매운 한국 디자이너는 리허설이 없었던 탓인지 원활하지 않은 시스템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 진행된 그의 강연에서는 일본어 통역사가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고, 선생님은 매우 짧은 영어와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섞어 온 몸으로 작품을 설명해주셨다. 영어를 통역하던 통역사 역시 매우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 이. 크.. 지비이... 전.. 투! 투! 투!"


계획된 의도였던 아니던 이틀 간의 연출은 완벽히 사랑스러운 트러블이었고 가장 20분을 잘 사용한 디자이너로 기억에 남았다. 

빨간 모자를 쓴 안상수 선생님 옆에서 수줍게 인사를 하는 소부에 신

만세!


소부에 신 Sobue Shin

1959년 Aichi 현 출생으로, 아이치현 아사히가오카 고등학교 예술부에서 흥미 없이 공부하였다. 타마 미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학부 재학 중 Kosakusha Publishing House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는 Kosakusha와 For Sale에서 아트디렉터를 역임 후, 1988년 프리랜서로 전향하였다. 이름도 없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다가 1990년에 스튜디오 이름을 ‘cozfish’로 지은 후 1,000 권 이상의 책을 디자인해왔다. 지금은 거의 모든 종류의 인쇄물을 다루는 "extraordinary power to enchant"로 명성을 얻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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