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terdam Lot Sixty Coffee Roasters
1.
암스테르담 서쪽 Kinkerstreet에 Lot sixty one coffee roasters라는 이름의 다섯평 남짓한 작은 커피 전문점이 있다. 오너 바리스타가 호주 출신이라 호주 국가번호인 61을 모티브로 카페이름을 지었다. 도시 중심부에서 꽤 떨어져있어 걸어가기도 트램을 타고가기도 애매한 이곳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되었다. 공간이 좁아 앉을 자리하나 없었지만, 커피 향, 인테리어, 소품, 햇살, 음악, 분주하게 움직이며 웅성거리는 소음 하나까지 모든게 마음에 들었다.
프로밧 로스터가 있는 반층정도 아래 층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플랫화이트를 한 잔 시켰다. 메뉴는 블랙, 화이트, 필터 세가지 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운이 좋게도 잡지에서 봤던 낮익은 바리스타가 최고의 커피를 내려주었고 내게 준 커피를 마지막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는 바빠서 매 시간 가게를 지키지 않는다 했다. 운이 좋았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오랜시간을 그 공간에 머물렀고, 추운 겨울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이 암스테르담에 들른다면 꼭 이 카페를 가볼 것을 권했다.
2.
그 후 몇달 지나지 않아 암스테르담에 다시 들를 기회가 있었고, 나는 굉장히 멋진 곳을 알고있다며 함께간 여자친구를 그곳에 데리고 갔다.
작은 다리를 건너 사거리 코너에 있는 그 카페! 커피향이며 시끌벅적한 분위기 모든 것이 그때 그대로였다.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며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생각만큼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다시 암스테르담을 방문한다면 그때도 여길 찾아올까? 라고 생각했을때 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첫 방문에서는 그렇게 완벽한 경험이었는데도말이다.
3.
생각해보면 서울에서도 오랜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공간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 잠깐 반짝이다가 어느 순간 시들해지고 사라지는 가게들이 참 많다.
사람들의 니즈, 트랜드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같은 경험을 반복해서 했을때 처음 받았던 신선한 자극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한번 가봤으면 됐지, 요즘 핫한곳 없나? 하며 다시 새로운 것을 찾는다. 꾸준히 그에 부흥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하고, 그러면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브랜드, 카페, 식당, 잡지, 심지어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마마찬가지인 것 같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브랜드나 가게, 인물 등 네임드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www.lotsixtyonecoff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