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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Jan 01. 2020

더 나은 환경에서 디자인하기

새로운 2020년을 맞이하며


 나은 환경에서 디자인한다는 
학교를 졸업하고 제일 처음 접했던 프로젝트 다운 프로젝트는 중학교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에 교과서를 만들면서 크게 고민하며 느꼈던 것은 내가 맡았던 '편집 디자인' 보다 교과서를 만드는 절차(과정)에 관한 부분이었다. 많은 선행 연구와 공적 자료를 살폈고 여러 편집자, 디자이너들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교과서 디자인 수준과 인식이 높지 않고 교과서 편찬 조직에서 디자이너의 위치와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과서 제작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기획자, 저자, 편집자가 일련의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교과서 체제와 원고 작업을 모두 마친 후 디자이너에게 파일을 건네주면 디자이너가 그것을 협의된 판면에 흘려 넣는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디자인’이 제작 프로세스의 시작점이 아닌 끝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검정 심사 기간, 심사 기준이 있기 때문에 '편집 디자인'에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았을 수 있고, 심사 부적격 요소를 발견하고 제거하기에 용이하도록 교과서의 전체적인 큰 흐름을 만들기보다 작은 단위로 분절된 디자인을 선호했던 것 같다.

교육 과정, 교육 프로그램, 교과서 체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어떤 의미로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학습 순서와 중요도를 정하고 이것들을 효율적이고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과 교육 내용의 흐름과 연결될 수 있도록 완급, 강조, 연출, 변화, 심화 등 교육 효과를 적용해 시각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기획 과정에서부터 '디자인'이 함께 시작되야하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교과서를 만들며 절차와 역할적인 부분을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다행히 좋은 편집자와 아트디렉터를 만나 긴 시간 동안 활발하게 여러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많은 편집자, 디자이너들 도움을 받아 교과서 디자인 개선에 관한 논문을 썼다. 겉으로 보기에 '디자인' 관련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논문은 '제작 프로세스 개선'에 관한 내용이다. 이후 '디자인' 절차가 전체 프로젝트 기간 중 어느 단계에 위치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게는 좋은 디자인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디자인도 디자이너의 역할도 많이 변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디자인 프로세스도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가끔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나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디자인은 내 서비스와 디자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나는 소극적인 디자이너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나 스스로 그렇게 대단하거나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디자인을 하고 있고, 운이 좋았기 때문에 조금은 나은 환경에서 디자인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성과나 이렇다 할 작업물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열심히 살았다. 솔직히 그게 전부였고 지금도 그렇다.

최근 크게 아팠다.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 병이었다. 긴 기간, 몇 차례의 수술 끝에 내가 느낀 것은 '당장 내일 내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남보다 대단할 것은 없지만 치열하게 매일 고민했던 생각과 고민, 과정, 결과들이 그냥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불쌍하게 여겨졌다. 시간이 될 때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메모와 생각들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작업했던 예전 작업들도 외장하드 깊숙한 곳에서 꺼내 공개했다. 예전처럼 부끄럽다거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잔소리 일수도, 하찮은 생각일 수도,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가 바꾸려는 
더 나은 디자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디자이너 스스로가 가진 인식과 관점을 바꿔야 한다.​ 소위 유명하거나 특별한 일부 디자이너가 아닌, 더 많은 보통의 디자이너들이 용기 내서 이야기를 하고, 꺼내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2020년엔 작지만 내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깝지 않도록 더 열심히 꺼내려한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한 가지 계획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내 점심시간을 비워두는 것이다. 나에게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2020년에는 한 달에 두 번 (2번째 4번째 수요일) 점심시간을 비워두려 한다. 상업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상관없으니 aka71070@naver.com으로 메일을 주고 원하는 날짜를 알려주면, 내가 메일과 일정을 확인하고 회신을 주는 방식으로 약속을 잡으려고 한다. 취업 관련된 내용도 좋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뭔가를 하고 싶거나 바꾸고 싶은데 방법을 정말 모르겠으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함께 방법을 찾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도 막연하지만 함께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나의 새로운 2020년은 이런 마음으로 작은 걸음을 걸어보려 한다.



우선은 파일럿으로 2020년 1월 8일과 1월 22일을 비워둘 합니다. 단! 역삼역으로 오전 11시 30분까지 도착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해요. 이렇게 올리고 아무도 신청을 안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부담 없이 연락 주세요 :)


​아직도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고민 투성이지만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2020년을 만들겠습니다. 도움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늘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합니다. 모두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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