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정규 4집 앨범 디자인
디자인, 순수 미술, 음악, 사진, 건축 등 분야는 달라도 내가 함께 작업했던 '진짜' 아티스트들은 그들, 혹은 그들의 작품과 세계관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만큼 내가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려 애를 써주었다.
단지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언제나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곤 한다. 이런 상호보완 관계가 잘 맞아떨어져야 좋은 아웃풋이 탄생한다. 내가 함께 작업했는 진짜 아티스트들은 자기중심적이거나 독단적이지 않고 내가 디자인 언어로 그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듯이 그들도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가까운 아티스트들과 협업 제의는 늘 반갑고, 바쁘고 힘이 들어도 거절하기 어렵다.
타인의 고통
최근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님의 4번째 정규 앨범과 프로모션 디자인을 진행했다. 윤아님은 늘 믿고 맡겨주는 편인데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은 안 하지만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까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그래서 발매 전 음원을 반복해서 듣거나, 의견을 나누는 비중이 다른 뮤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 포인트는 정말 주관적이거나, 사소하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앨범의 콘셉트, 윤아님의 음악,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하기 위한 시각적 미디어로서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윤아님의 툭툭 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정확하게 허를 찌른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포스터는 앨범 발매와 콘서트를 알리는 티저 형식의 포스터와 본 포스터, 그리고 앵콜 공연 포스터까지 세 장으로 진행했다. 티저 포스터는 윤아님 머리 위 화관을 타이트하게 크롭 하여 흔들리는 꽃잎을 아련하게 표현했고, 본 포스터에서는 윤아님의 눈이 직접 노출되어 앨범의 큰 테마인 현실과 꿈 사이 상실, 슬픔, 공감, 위로의 감정을 눈빛으로 담아내려고 했다.
http://music.naver.com/artist/videoPlayer.nhn?videoId=70149
https://www.youtube.com/watch?v=vKQ6gN5l_jA
안녕
작년에 릴리즈 된 디지털 싱글 안녕은 윤아님이 곡을 쓰고, 표기식 사진작가님의 작품 중 곡의 느낌과 가장 어울리는 사진을 직접 골라 커버 이미지로 사용하길 원했다. 곡은 희망차지만 다소 쓸쓸한 분위기와 가사였다. 나는 곡의 느낌과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느낌에 최대한 방해가 가지 않는 마치 공기 같은 디자인을 콘셉트로 잡았다. 몇 가지 디자인 시안을 공유했고, 윤아님은 내가 단순하다 생각한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장식적이지 않고 단순한 디자인을 좋아하셨다. 윤아님의 피드백은 간단했다. 곡이 가진 소박함에 비해 디자인이 다소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 의도와 다르게 디자이너로서 사심과 욕심이 들어갔던 것 같다.
유리
유리는 굉장히 섬세하고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곡이었다. 그 애처롭고 섬세한 날카로움을 타이틀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한글 폰트 중 가장 가늘고 예민한 글꼴들로 테스트를 하다 결국 레터링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이 무난히 완료되고 데이터를 유통사에 넘기려는 시점 형규님(매니저 겸 치과의사)께 연락이 왔다. 포토샵 보정을 해준 것은 고맙지만 윤아님 척추뼈를 그대로 드러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진을 촬영한 작가님께서 배려를 해준다고 척추측만증이 있는 사진을 곧게 보정을 해서 전달해 준 것이었다. 곡과 이미지에서 윤아님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화려한 발레복을 입고 있는 쓸쓸한 뒷모습에서 타인의 인생은 아름다운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의 상처 입은 영혼, 치유, 위로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해보자는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비단 아티스트와 협업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 조직과 협업할 경우들이 생긴다. 각자의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소통하다 보면 쉽게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각 조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캐치해서 그 조직의 입장에서 그들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원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날개집, 601비상, 플러스엑스, joh company, 네이버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 ebay korea Product Innovation Center에서 브랜드디자인 리더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 이며 간간히 주변 뮤지션들의 음반작업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