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CLAW MEETUP 후기
에이전트 시대, 실행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Ironclaw Meetup에 다녀왔다.
주최자 분의 마지막 슬라이드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The density of questions shapes the next decade."
정답을 나눠주는 자리가 아니라, 좋은 질문의 밀도가 다음 10년을 만든다는 선언.
밤이 끝날 무렵, 그 말이 왜 거기 있었는지 이해했다.
이 밤이 열린 방식부터가 흥미로웠다
시작은 주최자 정구봉님의 랄프톤 (샌프란시스코) 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네트워킹 중에 일리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밋업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본인이 먼저 Ironclaw를 쓰고 있다고 했더니, 일리아가 답했다. "내가 만들었어요." 그 대화가 이 밤을 서울로 데려왔다.
오픈소스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이 밤을 만들어낸 방식이었다.
트랜스포머를 쓴 사람이 왜 하네스를 골랐는가
일리아 폴로수킨은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 저자다. 현재 우리가 쓰는 GPT, 클로드 같은 모든 대형 언어 모델의 기반이 된 논문. 그가 지금 만들고 있는 건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Ironclaw — AI 에이전트를 위한 운영체제 다.
이 선택을 이해하려면 트랜스포머 이후의 흐름을 봐야 한다.
트랜스포머 이후의 혁신들 — MoE, DeepSeek, 수많은 프론티어 모델들 — 은 결국 하나의 루프 안에서의 최적화였다. 프롬프트 → 모델 → 답변. 모델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 루프 안에 갇혀 있으면, 세계가 바뀌어도 모델은 모른다. 다음 혁신은 그 루프를 여는 데 있다. 행동하고, 피드백을 받고, 기억을 갱신하고, 다시 행동하는 열린 루프. 일리아가 모델이 아니라 하네스 레이어를 다음 배팅으로 고른 것은, 그 열린 루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델 성능이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얼마나 똑똑한 모델인가"에서 "누가 그 실행 구조를 설계하고 제어하는가"로.
앤트로픽의 Managed Agents, OpenAI, 그리고 Ironclaw 같은 오픈소스 하네스 — 모두가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답하고 있다.
"Who owns the execution layer of agents?"
열린 루프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
Ironclaw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AI agents that actually do things, but your secrets never touch the LLM."
에이전트가 실제로 행동하되, 자격 증명은 LLM에 닿지 않는다.
열린 루프를 열되, 통제는 내 손에. 이걸 구현하는 구조가 Engine v2의 다섯 가지 원시 요소다
— Thread, Step, Capability, MemoryDoc, Project.
에이전트가 기억하고, 행동하고, 권한을 갖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것.
보안 커널, 가상 파일 시스템, WebAssembly 기반 격리, 제로 텔레메트리.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엔드포인트는 내가 정한다. 일리아가 NEAR 프로토콜에서 블록체인으로 던졌던 질문을 이번엔 AI 하네스로 다시 던지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와 런타임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는가."
트랜스포머가 닫힌 루프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Ironclaw는 열린 루프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이다.
Fireside Chat의 구도가 상징적이었다
무대 위 두 사람의 조합 자체가 하나의 신호였다.
일리야 — 트랜스포머의 공동 저자, 지금은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는 사람.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Jeff Wang — Devin을 만든 Cognition AI가 인수한 Windsurf의 CEO.
Devin은 세계 최초의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주목받은 제품이고, Windsurf는 원래 Codeium이라는 AI 코딩 도구였다가 에이전틱 IDE로 진화한 회사다.
AI를 만든 사람과, AI로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사람이 한 자리에서 나눈 질문이 이것이었다.
"에이전트 시대에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바뀌는가. 그리고 그 실행을 누가 통제하는가."
이 대화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인터페이스가 바뀐다는 건, 인간의 역할이 바뀐다는 뜻이다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방식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IDE에서 CLI로, CLI에서 채팅으로. 그리고 그 다음이 이벤트 기반 자동화다. 버그가 보고되면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수정을 시작하고, PR이 병합되면 파이프라인이 알아서 돌아간다. 더 나아가면 앰비언트 컴퓨팅이다. GitHub에 이슈가 올라오면 에이전트가 계획을 세우고, 개발자는 검토하거나 승인만 한다.
이 흐름에서 중요한 건 편의성의 변화가 아니다.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명령하는 사람에서 판단하고 설계하는 사람으로.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표면이고,
그 아래에서 사람의 역할이 재배치되고 있다.
비개발자에게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연자료에서 계속 나온 말이 있다.
task가 아니라 outcome을 자동화하라는 것.
"콜드 이메일 보내기"가 아니라 "더 많은 고객 확보"를 에이전트에게 주라는 것.
에이전트에게 목표를 부여하면,
누구에게 보낼지, 무엇을 쓸지, 무엇이 전환율을 높이는지 스스로 찾아가며 반복한다.
기술이 실행을 가져갈수록, 목표를 정의하고 가드레일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직접 만드는 능력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히 보는 능력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답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다만 오늘 밤 마지막 슬라이드의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The density of questions shapes the next decade."
좋은 질문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음 10년을 더 잘 항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
기술의 변화 속에서, 당신은 어떤 질문을 갱신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