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5년은 우리 부부가 필리핀으로 은퇴이민 온 지 17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홈스테이도 운영하고, 어학원도 설립하여 운영해 보고, 숙박업소도 운영해 왔는데 2020년 1월 따알화산 폭발 및 2월 코로나 발생을 기점으로 필리핀 생활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동안은 거의 이곳 필리핀에서 주로 생활을 하다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비수기인 5월 경에 한국을 방문하여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보름 정도를 지내며 병원검진 및 생필품 구입 등을 하고 돌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사이클이 180도 바뀌어 한국에서 1년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추위가 찾아오는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3개월 만을 필리핀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야말로 필리핀에서의 세 달 살기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 현재 운영하고 있는 숙박업소는 광활한 파인애플 농장의 일부를 장기 임대하여 1층으로 된 아담한 건물을 지었는데 정원을 이쁘게 조성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을 꾸며놓아 특히 유럽인 손님들이 좋아한다. 따알화산이 폭발하기 전에는 화산트래킹을 하러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했는데 지금은 그저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려갈 뿐이다.
우리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에는 필리핀 매니저 부부가 숙소를 잘 관리해 주기 때문에 걱정 없이 한국생활을 할 수 있다. 간혹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들어오면 그 내용을 카톡으로 보내주고 방을 배정해 준다. 숙박비는 모두 예약사이트에서 지불받아서 한 달 후에 수수료를 제하고 나의 계좌로 바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아쉬운 점도 있고 공사 초기에 다소 무리한 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편하게 잘 살아온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필리핀에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남들은 쉽게 엄두도 못 내는 해외살이를 실컷 경험해 보았으니 떠날 때는 한 줌의 미련도 없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건강과 재정이 허락된다면 1년에 한 번씩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의 동남아 국가나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에서도 한달살이 내지는 세달살이를 해 보고 싶다. (너무 꿈이 야무진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