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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kyunghee Jan 08. 2017

진로 고민을 하는 당신을 위한 조언 #5

그 큰 기업이 망하겠어? 네- 이젠 망합니다.

 다음 달이면 공식적으로 튜터링이 법인사업자로 등록을 한지 딱 1년이 되는 달이다. 10여 년간 대학에서 취업, 진로에 대한 교육을 했던 나에게 스타트업의 창업 그리고 운영 경험은 사업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의미 부여를 해볼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대학에서 교육 기획을 하고 강의를 하면 시대가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이 ‘취업’ 시장을 드라이브하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하는 질문, 나라 장터에 올라오는 입찰 내역서, 요청 들어오는 강의 주제들을 통해 교육뿐만 아니라 시대의 키워드가 드러난다.


 10여 년 전에는 취업 박람회와 대학교의 캠퍼스 리크루팅이 떴고, 그 당시 가장 핫했던 키워드는 서류 전형 시 대학마다 주어지는 ‘가점’과 ‘등급’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업별로 나온 내부 자료와 어떤 대학이 몇 등급인지에 대한 점수 배점, 그간의 면접 기출문제가 큰 주제였다. 강사는 주로 대기업 담당자나 기업의 전문 강사들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기업의 전반적인 특성에 대해 주욱 브리핑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5년 전쯤부터는 이러한 것들이 세분화되었다. 직무 중심의 자기소개서에 대한 것이 부각되기 시작했 고, 공사, 승무원, 금융권 등 산업 분류별로 취업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이공계 취업 교육, 인문 상경계 교육 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졸업 연도에 취업 준비를 하면 늦는다는 이야기에 휴학과 졸업 유예에 대한 이슈도 질문으로 많이 등장했다. 막상 졸업하고 보니 기업에서 요구하는 게 천차만별이어서 준비가 어려우니 유예와 휴학으로 시간을 벌며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간을 들여 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졸업자의 취업률이 도저히 오르지 않자, ‘청년인턴제’라는 묘안을 뽑아냈고 유래 없이 공무원과 공사 인턴제가 생기기도 했다. 단기간의 청년 인턴제로 임시적으로라도 청년층의 불만을 흡수했는데 당시 GS, 국민은행, 삼성 등 국내의 대기업들도 강제적으로 인원 할당을 받아 결국 정규직이 되지도 못할 인턴들을 단기간으로 선발해 교육만 내내 시켰다.


이명박 정권 때 실시한 청년인턴 제도, 정말 6개월 인턴만하고 끝이었다.


 뽑지도 않고 정책용으로 사용된 인턴십 제도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그 인턴들과 함께 만든 SNS는 꽤 바이럴이 되었다. 블로그, 페이스북, 짧은 동영상들이 마케팅의 요소로 이용되면서 기업 내에서 할 수 없던 자잘한 일들을 대학생 인턴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 뒤로 많은 기업들의 인턴 업무가 기업의 깨알 홍보 업무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인턴십은 결국 현재까지도 이어저 기존엔 상하반기 공채 + 인턴십 (정책용)까지 더해지며 신입을 두 번 뽑던 회사들은 아예 인턴십을 통한 정규직 선발이라는 0.5단계를 두어 인턴만 하고 탈락하는 대학생들도 생겼다.


 재작년까지도 대학의 가장 큰 이슈는 국내 그룹사에 몇 명 입사하느냐였다. 삼성이나 LG, 두산에 가는 친구들은 금배지를 단 양 당당했고, 취업률로 대학의 구조 조정 및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대학은 취업 컨설턴트, 강사, 교육 업체와 함께 대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입학하면서부터 ‘정신무장’을 하도록 해달라며 교육 업체들에게 교육을 의뢰했고 2년 동안 학생들은 취업의 압박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졸업 후 취업률에 따라 대학의 순위가 바뀌기 시작하며 총장님부터 교수까지 학생들의 취업에 동원되었다.


 이런 대학의 취업 교육이 시작된 지 10여 년, 그렇게 내 몰아치듯 취업을 수능 시험처럼 공부하던 학생들은 행복한 직장인이 되었을까? 10여 년 전 정년퇴직, 명예퇴직이라는 말이 그래도 - 아버지 세대에게만 해당되었던 용어였다면 이젠 그 용어가 15년 차 이상, 10년 차 이상에 이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입들에게도 해당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핀테크 열풍으로 전통 금융사는 지점 수를 줄이고 사람들을 해고하고 있다. 자동화, 인공지능, 온디맨드 채용 등은 평생 한 직장만 다니던 일의 개념은 급속도로 달라져 프리랜스, 1인 기업, 온디맨드 일자리 등으로 그 개념도 일하는 방법도 달라지게 되었다.


그 유명한 두산 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명퇴 사건


대기업도 변화를 하고 있지만, 전사원이 모두 몇 만 명이 변화의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의 굳건한 믿음. 설마 대기업이 무너지겠어? 이름 있는 기업을 믿을 수 있지 라는 대기업 신화는 이제 무너지고 있다. 중국의 공세, 빠른 기술의 발전, 변화에 더딘 국내의 대기업들, 단기간의 성과에 몰두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합쳐져 제조업 기반의 덩치 큰 기업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과연 대졸자들에게 대기업이 아직도 최고의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까? 불안한 시대에 안정감 있는 직업을 찾는 청년들, 그리고 그들이 몰려드는 공무원과 공사는 앞으로도 같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창업을 하고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경력을 쌓는 것과 대기업에 들어가 일반 사원으로 경력을 쌓는 것. 이들의 10년 뒤는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모 대학이 얼마 전 '대기업 입사 목적'의 취업 캠프에 스타트업 관련 강의를 요청하고는 - 대기업 취업 캠프이니 대기업이 위험하다 내지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 동기를 저하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뭥미? 대학도 혼란스러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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