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demand 시대의 일자리 : Gig worker
몇 시간 동안 헤매다가 결국 4만 5천 원을 내고 크몽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맡겼다. 네이버 블로그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작성하던 날, 생각보다 복잡했던 '꾸미기'에 몇 시간 동안 이리저리 블로그를 바꾸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남들은 예쁘게 잘도 꾸미던데, 내가 하니 도저히 그 삘이 나오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단 48시간 만에 내가 말한 콘셉트로 디자인을 입혀 적용해주었다. 나의 흙손이 고생한 것에 비해 48시간 뒤에 도착한 디자인 작업은 만족스러웠다.
'단기로' '빠르게' 일을 해결해주는 인력이 모인 곳. 기존의 아르바이트 사이트와 다르게 크몽은 1회성 인력들을 거래하는 곳이다. 맥도널드나 판매 아르바이트와 다르게 대부분의 일들은 IT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 콘텐츠 작업 등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분야들로 채워져 있다.
크몽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들이라면 숨고는 오프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지난달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고 싶어 콘트라베이스를 입력했더니 하루 만에 7개의 고수들이 견적서를 보냈다. 음대 재학생부터 학원 강사까지 자신의 간단한 이력과 시간당 견적 금액이 카카오톡을 통해 '배달'되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나에게 이런 접근 방식과 단 기간의 계약 방식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그 문턱을 낮춰주었다. 숨고가 없었다면 일일이 네이버에 검색어를 넣고 한 곳 한 곳 시간대와 금액을 물어보며 학원을 찾아봤을 것이다.
이런 일자리의 형태는 이미 Uber가 그 생태계를 구축하여 널리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스타트업 열풍과 on-demand platform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자리의 지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버 Uber는 기존의 택시 운전사의 고용 시장을 크게 흔들었으며 우버화 (Uberfication)라는 용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온디맨드 생태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칭하는 단어로 상징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택시 한 대 소유하지 않고 전 세계 택시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비단 Uber뿐만이 아니다. 운전사뿐만 아니라 가사 일을 돕는 도우미를 시간당으로 고용할 수도 있고, 온라인으로 과목별 선생님을 고용할 수도 있다. 작년 이케아는 집안 일과 잡무를 대신해주는 Taskrabbit을 인수하였다. 가구 조립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인수였다고 보도되었다.
대부분의 많은 직업들은 자동화, 시스템화 되어가며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특히 중간관리자 등의 '관리'업무를 맡은 사람들의 일자리는 더 크게 위협받고 있다. 자동화된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는 큐레이션, 매칭 알고리즘은 관리자의 인력을 줄여가는 구조이다.
9-6의 정규직으로 회사에 나가서 함께 모여 일을 하던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은 어디서라도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조건을 바꾸고 있고, 많은 일자리들이 IT를 기반으로 진행하다 보니 인터넷 기술과 skype, slack과 같은 협업 tool은 이를 도왔다. 여러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기업이 추가 고용을 하지 않아도 성장하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왔다. 1인당 생산성은 고용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함께 협업할 수 있으면서 기업들은 Global로 인력 소싱을 시작했다. 스마트 워크라는 개념이 한국에 등장한 뒤 집에서 재택근무하며 '삼식이'가 될 수 없다던 부장님의 이야기에서 10여 년 만에 정말 퀀텀 점프를 한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유롭고 유연한 직장 문화를 원한다. 출근할 직장을 갖지 못해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직장을 갖고도 스트레스와 불만족 때문에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youtube나 블로그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수입을 가져가고 있다. gig worker, freelancer, self-employed, project worker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따로 규모를 잡아야 할 만큼 늘어났다. 이들은 gig worker, gig economy라는 용어로 불려지고 있다.
원래 gig이라는 용어는 해당 지역에서 연주하는 밴드에서 연주하기 위해서 지역의 연주자를 섭외하였던 데서 기인한다. 생각해보니 이런 온디맨드, 플랫폼 서비스가 있기 전부터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식의 단기 근로 계약이 존재했었다.
wordpr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utomattic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말 그대로 집에서 '바지를 벗고' 일해도 되는 곳이다. automattic의 고용 방법은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혁신적인 인력 운영 방식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튜터링에는 20여 개국의 500여 명의 튜터가 활동하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 반 동안 튜터링의 튜터에 지원한 지원자는 약 7,000명. 태국의 NGO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는 미국 선생님, 전 세계를 누비며 주요 스포츠 경기를 취재하는 영국 신문사의 기자,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직장에 취업을 하고 일을 할 수 없는 미국인 선생님, 아이를 키우는 필리핀 영어 선생님 등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튜터링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 정규직으로 일하기에 어려운 사람들이 대거 튜터로 유입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튜터가 되고 있다.
처음 튜터를 채용할 때 전 세계의 온라인 단기 구인-구직 마켓에 채용 공고를 올렸었다. 초기 기업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원자가 물 밀듯이 몰려들었다. 현재 튜터인 사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개를 하고 페이스북에 튜터링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튜터에 대한 마케팅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지원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 수업에 20분씩, 매번 다른 학생과 수업할 튜터를 구합니다.
on-demand platform에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수백 명의 튜터들과 일을 하다 보니 어려움도 생겼다. 초기에 학생이 없어 수입이 적은 튜터들은 이탈하기 시작했고, 마케팅이나 인플루언서 등으로 유입자가 많을 때는 튜터가 부족해서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튜터로 투입하기까지 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채용과 인재 관리의 개념을 가지고 이들과 함께 일하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Gig worker들과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on-demand platform업체들은 이들과 어떻게 하면 win-win 할 수 있을까?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 prosumer들의 존재가 있는 것처럼
gig worker들은 직원이면서 고객이기도 하다.
1. platform과 회사의 멤버는 분쟁 시 공정한 심판자로의 middleman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
: 장기 계약이 아닌 파편화된 단기 계약을 맺다 보니 중간 거래 비용이 지극히 감소한다.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사업은 아무리 자동화를 하더라도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platform이 공정하고 중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2. 서비스 초기일수록 양쪽 사용자 모두에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
: platform에서의 고객은 한쪽만이 아니다. 양쪽 중 한 분야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 two-side platform은 비즈니스가 진행될 수 없다. 사전에 한 약속이나 공지 사항에 대해서는 그 신뢰 관계를 명확하게 한다. 특히 서비스 론칭 초기에 양쪽 사용자에게 신뢰를 쌓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이 방식은 기존 산업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방식이기에 더욱 신뢰의 문제가 중요해 진다. 플랫폼 건너 저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와 중계자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3. Scale up을 대비한 system, data 구축을 잘 해야 한다.
: 온라인 시스템의 특성상 마케팅이 터지면 어느 쪽이건 유입자가 많아지게 된다. 마케팅팀과 함께 숫자를 보고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후 경쟁자가 생기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도 이런 데이터와 시스템은 위협과 기회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4. 서비스 제공자들을 위한 차별화된 benefit을 꼭 마련해야 한다.
: app의 특성상, global 서비스인 경우 더더욱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확률이 크다. 채용 프로세스가 짧고 몇 단계의 면접이 있는 기존 기업과 달리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은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면 역시 쉽게 떠날 수 있기도 하다. gig worker들은 고용인 듯 고용 아닌 듯한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사무실에 함께 일하지 않지만 이들에게 줄 수 있는 benefit을 잘 설계해야 한다.
5. 제도와 세금 등에 대해 꼭 숙지해야 한다.
: gig worker들은 기존에 우리의 사회가 보편적으로 지양하는 계약 관계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국가별로 gig worker들의 계약 관계는 전통적 법률을 위반하고 있고, 법을 토대로 각 국가의 계약을 맺고 세금을 징수하는 상황에서는 합법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분명 이런 시스템은 기존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항상 귀를 열고 하고 있어야 한다. airbnb가 국가별로 진출하기 전 법률 부분과 PR 부분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것도 그 이유이다.
*현재 삼분의 일 매트리스 대표님이 이전에 하셨던 홈클이라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보면 제도와 세금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꼭 잘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타고 있는 너무나 편리한 풀러스도 비슷한 이슈가 있다. (대표님 파이팅)
gig econony 하에서 일하는 gig worker들에게 이 고용 형태는 장단점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full-time으로 일을 할 수 없거나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를 잘 활용하고 있고, 시간당 급여가 높은 전문가들 또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움은 반대로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며,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지 않는 삶은 인간을 불안하게 한다. 게다가 이들은 정규 고용자가 아니라 실업 급여나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없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온라인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끼리는 노조 또한 결성하기 어려워 이들은 산업화 시대와 Global IT시대의 변화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직원인 듯, 직원 아닌 듯, 당신의 소속은?
기존 기업의 HR 또한 이런 비즈니스 흐름을 이해하고 직원인 듯, 직원 아닌 이들과의 관계를 맺고 일을 함께 하는 법을 제도화 하고 익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Digital HRM/D 분야는 조직 내의 마케팅 팀과 법률 노무팀과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을 잡아가야 한다. 기존의 회사 내에서 함께 일하는 직급과 직무를 기반으로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7단계까지 거치는 깐깐한 입사 기준과는 다르나 우리 회사를 위해서 일해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느슨한 계약 관계가 필요하다. 어떤 것을 give하고 어떤 부분을 take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Uber 같은 경우 택시라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거대한 산업과 대치 상태에 있는 만큼 각 국가별로 여러 법적 분쟁들이 생기고 있다.
gig worker 형식의 고용 방식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음식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배달해 먹을 수 있고, 아이를 시간 단위로 봐줄 수 있는 보모를 찾을 수도 있다. 튜터링처럼 저 멀리 있는 미국인 선생님과 원할 때 수업을 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platform사업자가 지속 가능하려면 양쪽 모두의 needs를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platform을 소유한 소수의 tech geek들에 의한 gig economy는 대중과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gig worker로 일을 하고 있다면 둘 중 하나이다. gig worker로 전문성을 빨리 쌓아 가치를 높혀 linkedin에 프로필을 올려 시간 당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거나, gig worker를 second job 또는 여행이나 일을 할 수 없는 시간동안 하여야 한다. 지속적인 gig worker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연금이나 퇴직금에 대한 준비를 꼭 해야할 것이다. 엔론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로봇세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상단에 넣은 사진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gig economy 누가 승자인고 패자인가'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꼴라주 같은 ~삘)
자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