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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kyunghee Feb 27. 2020

[책리뷰] 조직문화 통찰  by김성준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면 꼭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저희 조직문화 담당자 구해요 ~



 창업한 CEO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내가 만든 나의 회사에 대한 원대한 목표가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만큼 자신이 왜 이 회사를 창업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중요하게 말하는 기업인들은 드물 것이다. 기사를 조금만 찾아보면 창업자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민과 토스는 좋은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우리가 알던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과는 달리 이 기업들은 홈페이지에 이국적인 여행지를 소개하는 론니플래닛의 서문 소개글처럼 우리 회사를 방문하면 어떤 즐거움과 행복이 있을지 예비 여행자들에게 보여준다.

  마침 이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는 넷플릭스의 컬처 덱은 작년 한 해 스타트업에서 유행처럼 돌았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넷플릭스처럼  '스포츠팀'과 같은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상은 노동법으로 ...어렵...) 혹시 안 읽어보신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누군가 친절하게 한국어로 번역해주셨당.


 2017년 조직문화 모임에 갔다가 저자인 김성준 박사님을 알게 되었고 박사님이 진행하시는 16주간의 HR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26개 기업의 HR 담당자가 모여 각기 가진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서로 고민하고 위로하는 모임이 진행되었다. 16주간 논문을 (영어로) 3-4개씩 읽으며 공부했더니 저 맘 속에 있던 '대학원을 다시 가볼까'라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너무도 귀한 스터디여서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는데, 조직문화 통찰이라는 책을 내주셨다. 책은 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16주간의 스터디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좋은 조직 문화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CEO나 인사/조직문화 담당자는 정말 드물 것이다. '좋다'는 개념이 조직 내에서 내가 처한 위치와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그 영어 논문 16주 ㅠ 스터디에 참여하셨던 김승완 님이 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명확한 장표를 만들어주셨는데 한눈에 뙇!

자 우리 회사의 조직은 무엇인가? 소? 멍뭉이? 김승완 선생님 허락받고 올림. 감사합니다.


 잘 보면 가로축은 경영학적 (Goal Oriented Culture)이고 세로축은 인류학적  (Humanistic Condition)이다.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그간은 기업을 중심으로한 경영학적 관점이 강했는데 최근 인류학적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여 이 둘을 조합하였다.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물론 조직원들에게 인간적이면서두~ 목표 달성 (매출/성과)을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좋은 조직 문화라는 '이미지'는 잘 꾸며진 휴게실/ 무한 간식 / 자율 출퇴근 등 인간적 삶에 대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 있었다. 하지만 매출이 안 나오는 기업이 이를 따라 하다가는 오뉴월 개팔자 같은 한량 문화를 누리다 폐업 각이다.

 책의 본문 중 조직 문화에 대한 정의가 있는데 이는 이렇다.


p31 - 자원 기반 이론으로 유명한 경영전략 학자 제이 바니는 조직문화를 '기업이 자신의 사업을 실행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가치관, 신념, 가정 등의 복합체'라고 정의합니다. 그에 의하면 조직문화는 창업주와 경영자의 스타일, 산업 특성, 전략적 강조 사항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고유한 양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조직문화를 공부하면 자주 접하는 이름 '애드거 샤인'이 만든 조직 문화의 구조라는 아주 유명한 도식이 있다. 조직문화는 겉으로 잘 보이는 인공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 아래는 창업자나 조직원들이 표방하는 가치나 행동 양식이 있다. 일하는 법에 대한 포스터나 회사의 미션/ 비전 등  사무실에 붙여 있거나 홈페이지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표방하는 가치이다.
 

 블라인드와 잡플래닛에 있는 내용들은 맨 아래 기본적인 가설에 속한다.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행동 양식, 우리 조직은 이렇다 라고 믿는 것들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조직문화 담당자를 뽑거나 선발하면 웰컴 키트 같은 인공물을 만들게 하거나 '일하는 법'을 정리하여 포스터로 붙여놓으라고 이야기한다. 백번 해봐야 조직은 안 바뀐다.

중요한 도표이니 PC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당.

 책에도 이 이야기가 잘 나와 있는데 롯데그룹의 의사 결정에 대한 내용이다.


P44  -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신문과 우유 배달로 학비를 벌던 중 커다란 고물상을 운영하던 사업가 하나미쓰가 그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해서 사업 자금 5만 엔을 빌려줍니다. 당시 일본 대기업 사원의 월봉이 80엔이었다니 엄청난 돈을 투자받은 셈입니다.

신격호 회장은 그 돈으로 윤활유 공장을 세우지만 미군 폭격을 받아서 완전 불타버립니다. 투자금 5만 엔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지요. 다시 하나미쓰에게 돈을 빌려서 공장을 세우지만 1년 반 뒤에 또 폭격을 받아 건물가 기계가 전소되어 버리고 말지요. (중략) 그는 사업 초기의 힘든 경험 때문에 '차입경영'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나중에 그는 이런 말을 남기지요. "빚는 몸 안의 독과 같아서 결국에는 몸을 죽인다."

2008년에 롯데그룹 식품사에서 일하는 임원 25명을 대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이끄는 전문가는 1박 2일 교육이 끝나갈 무렵에 롯데 식품사 임원들처럼 독특한 경영 스타일은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빚이 생기면 바로 갚아버리고 또 빚이 생기면 바로 갚아버리는 행동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요. 보통은 재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하는데 빚만 생기면 바퀴벌레 보듯이 내쫓는다고. 그래서 그는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참 특이합니다. 빚이 그렇게도 싫으십니까?" 그러자 임원들은 창업주가 하나미쓰에게 빚진 일화를 지적하면서 그게 문화로 자리 잡은 거 같다고 그들끼리 추론했습니다. 이는 곧 학자들이 '조직문화'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이 글을 보면 스타트업 창업 초기의 founder들의 행동이 이후 조직에 어떻게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정착될 수 있는지 예측이 된다. 2명의 창업자가 내린 의사 결정, 위기 상황에서의 lesson learn, 그리고 그들의 결정이 매출이나/ 투자 등으로 보상으로 돌아왔을 때 조직의 구성원은 이런 것들을 문화라고 생각하고 느낀다. 

 아이러니한 것은, 보통 기업이 스케일업 되고 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조직문화 담당자를 채용하고 이들에게 좋은 조직 문화를 설계하라고 업무를 준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원래 있던 이런 창업진으로부터 그리고 조직이 위기 또는 성공의 상황에서 얻게 되는 경험들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나타낼 뿐이다.




하이! 브라이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LG에 있다가 퇴사하고 당시 작은 회사인 카카오에 입사한 분이 쓴 글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어 닉네임을 부르고, 대표인 김범수 의장도 브라이언으로 부르며 회의 시간에 늦게 오면 뒤에서 서서 회의를 참관한다고 했던 내용이었다. 회장님, 사장님을 의전하는 기업과 다르게 카카오는 수평 조직을 표방했다.

 근 10여 년이 지나고 스타트업은 이제 영어 닉네임을 넘어 '반말 소통'까지 시도하고 있다. 군대와 나이로 인한 위계질서에 질려버린 밀레니얼들은 대환영 중이다.


 책에서는 이런 '수평적 문화'에 대한 분석에 대한 내용도 있다. 해외에서는 수평적 문화라는 표현보다 '권력 거리'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는 수평과 수직에 대한 내용은 구성원 간에 권력의 차이가 가까운지 먼지를 측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p 182 - 수평적 문화를 가치로 내세우는 조직이나 회사가 있다면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내부 구성원들 대상으로 '우리 회사는 수평적 문화를 지향합니다.'라는 문장 하나로만 소통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업종, 경쟁 전략, 추구하는 가치를 고려하여 '수평적 문화' 개념 정의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영역에서 '수평'이고 어디는 '비 수평'인지, 어디까지는 자율이고 어디부터는 비 자율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둘째, 외부에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평적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채용 브랜딩 목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수평적 문화'를 홍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은 그 조직에 입사하기 전부터 모종의 기대를 합니다. '이 회사는 아마도 이러지 않을까? 이렇게 운영되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일을 해야지 하고 시뮬레이션합니다. 그 회사의 '수평적 문화'에 나름의 해석도 미리 합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말씀드렸지만 '수평'은 물질세계에서는 쉽지만 관념세계에서는 어려운 개념입니다. 사람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큽니다. '수평적 문화'를 최상의 복지로 내세우고자 한다면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에서 말하는 수평적 문화란 이것입니다.' 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각주를 제외하고 무려 489장이다. (1권 2권으로 내셨어도...) 매 챕터마다 밑줄을 그어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이론을 쉽게 설명하였고 저자분의 호기심으로 실제 여러 기업들을 인터뷰하여 사례를 함께 실었다. 좋은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창업자들이나 스타트업에 처음으로 HR로 들어와 인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바이블처럼 끼고 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책의 절반은 색연필로 밑줄 그은 듯하다.


 벤처투자 자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백억 이상 펀딩 받은 기업들도 늘어나면서 작년 말부터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에 비상이다. 스타트업의 연봉이 대기업을 웃도는 곳들도 많이 생겼고, 대기업에서의 인재 이동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올해까지는 HR분야가 '채용' 중심이라면 빠른 성장으로 인해 조직을 견고하게 만들어줄 '문화'가 내년의 키워드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견해본다.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조직은 왜(why) 일하는 가와 어떻게(how) 일하는 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시 변화는 스타트업으로부터!




저자인 김성준 박사님은 이미 스타트업 및 기존 조직을 연구하고 분석하며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를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toolkit 및 글을 써오고 계셨다. (구독 필수)

https://www.facebook.com/laissezz -저자의 페북 / 매일의 일상에서 보고 들었던 여러 사항들을 정리하여 인사이트 있는 글을 짤막하게 올려주신다.


폴인에서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탐구서를 내셨는데, 여러 스타트업 조직들의 조직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사님은 이런 분!

 



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는  '조직 문화'에 대한 책을 읽고자 하신다면 요 책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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