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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kyunghee Oct 09. 2018

창업 전 준비 사항 - 정서적 안정감

다른 사람을 내 인생에 초대하기 전 준비해야 할 일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창업자의 성향을 분류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여러 창업자들을 만나며 내가 분류하는 창업자의 유형 두 가지는 '정서적 안정감' 이 있느냐와 없느냐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대표를 맡고 있는 사장과 막내 직원 사이는 매우 멀다. 사장님 방이 따로 있어 노크를 하고 조심조심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작은 사무실에 마치 동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여 일을 한다. 최근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아지며 대표와 막내 직원은 더욱더 가까워졌다. 물리적으로 가깝게 있게 되면 우리는 정서적으로 더 잘 알게 된다. 책상을 정리하는 방법이라던가 안 먹는 음식이라던가 하는 작은 삶을 이루는 습관들까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업은 일반 기업의 40년 치의 일을 4년으로 압축하여한다고 하지 않았나? 비즈니스의 속도는 빠르고 커뮤니케이션은 투명하다. 그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기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회생활에서의 '예의'와 대기업의 '시스템'은 개인이 가진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없도록 짜여 있다. 삼성, LG, CJ가 가진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그 안에 속한 임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안내해주는 룰 같은 것이다. 그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인게이지먼트가 높겠지만 스스로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아도 되고 이를 보여줄 기회도 잘 없다.

 반면 스타트업은 다르다. 사내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으니 주변의 밥집을 고르며 상대방의 식성도 알게 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그 사람의 옷을 입는 취향도 알게 된다. 따로 관리하거나 규율을 강하게 만들지 않았으니 일을 하거나 의사결정하는 방법,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는지 같은 소소한 것들에서 한 사람의 살아온 인생에 많이 보인다. 큰 기업일 수록 사람이 약간 싸이코여도 ㅋ 일만 잘하면 어느정도 묻어갈 수 있지만 작은 기업에서는 사람 하나에 기업 분위기도 성과도 휘청휘청한다. 그렇다보니 특히나 초기 창업진의 가치관이나 비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스타트업은 매뉴얼대로 일하는 것이 아닌 함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각자가 살아온 삶은 기업의 방향성에 중대한 요소가 된다. 이 때 정서적 안정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이 기준을 세우면 그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기업 문화가 된다.

 


 얼마 전 한 창업가가 물었다. 창업하기 전 읽어봐야 할 책, 경험해봐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추천한 책은 세 권이었다. 경험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긴 여행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특히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의 여행은 문제의 상황, 공포의 상황,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에 튀어나오는 본인도 모르는 본인의 모습을 알 수 있기에 매우 좋은 경험이라고 해줬다. 재미있게도 주변엔 오랜 여행 후 창업을 한 창업자들이 꽤 있다. 


 두 번째 책인 <더 스타트업 카르텔>은 스타트업 업계 전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스타트업 병신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쓰는 용어도 다르고 대화의 방식이나 운영 방식이 다르다. 여행 전 지도를 보듯 내가 발을 디딜 이 곳은 어떤 곳인지 알기에 좋은 책이다. 


 세 번째 책인 <스타트업 펀딩>은 그야말로 펀딩에 대한 책이다. 보통의 창업자들은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불씨로 삼아 창업을 시작한다. 그렇다 보니 법률이나 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월세로 부동산 계약서를 쓰거나 중고차 계약서 하나를 쓰더라도 신경이 쓰이는 마당에 창업을 한다면 도장을 찍어야 할 계약 서류들을 잘 살펴야 한다. 그때 유용한 책이다. 투자를 받겠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더라도 꼭 알아야 할 것들이다. 스타트업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가 기준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첫 번째 책인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오늘 이 글의 주제인 정서적 안정감과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자신감이랑 헷갈릴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여러 대중 서적을 통해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페이스북의 담벼락에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 책은 그 자존감에 대한 내용이다. 책이 쉽게 읽히는 대중서는 아니지만 곱씹어 읽어볼 만하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창업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리가 없다. 

 최근 한국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의 여러 행동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몇 천억 씩 횡령하는 대기업의 총수들도 있는데 이쯤이야 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기업은 일반 직원이 그런 총수를 눈 앞에서 만나거나 지근거리에서 일을 함께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회장을 '알현'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는 조직이다. 물론 그들의 가치관이나 의사 결정은 그 시스템에 그대로 녹아 있겠지만 시스템이 순식간에 사람의 감정을 막! 헤집어 멘붕에 오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 기업은 모두 함께 밥을 먹고 모두 함께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일을 한다. 이 안에서는 정서적 전이, 감정의 공유가 꽤 빨리 된다. 마치 집에서 당근을 써는 엄마의 칼 소리에 엄마 기분을 알고 눈치를 보는 것처럼 그 공기가 모든 조직원에게 빠르게 공유된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그 정서가 공유된다. 창업자가 가진 기쁨, 불안, 확신, 안정, 자신감 등 모든 감정들이 숨소리 하나 키보드를 치는 하나하나에 녹아 조직원들의 심박수를 다르게 하고 밥 맛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서비스에 조직의 팀워크에 영향을 미친다. 


 규모가 작을 때는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프로세스와 되기 시작할 때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조직이 커지면 지켜야 할 법도 많고 의사 결정 하나에 서비스가 크게 변하기도 한다. 수십억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면 창업자의 이 '정서적 안정감' 지수는 창업 기업에서 더 중요해진다.



 트위터 한 줄로 회장직을 사퇴하고 결국 벌금까지 낸 Elon Musk.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여있는 단톡 방에서 누군가 이 사태를 보고 분명 그는 어린 시절에 겪은 왕따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lon Musk에 대한 기사들 중에 그의 mental health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의문시하는 내용들이 꽤 많다. 


 창업을 하고 창업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이의 삶을 내 삶에 초대하는 일이다. 

 창업을 하는 일은 비즈니스라는 경영의 일 뿐만 아니라 창업자 본인의 삶에 다른 일을 초대하는 일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믿고 걸러야 할 스타트업 내지 함께 손잡지 말아야 할 창업자의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감이 낮은, 자존감이 낮은 창업자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이에 해당하는지 모른다는 점 혹은 절대 아니라고 우겨댄다. ) 이 법칙은 초대받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함께 할 초기의 창업팀의 핵심 멤버들은 정서적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정서적 안정감이 낮은 사람들은 주변의 옳은 목소리, 반대 의견에 대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반대 의견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의견이더라도 그 의견을 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먼저 보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결국 주변에는 옳은 목소리가 점점 줄게 되고, yes man들만 남게 된다. 이런 상황이 학습된 조직의 멤버들도 같은 불안한 심정과 감정 상태를 겪고 싶지 않으니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이는 기업의 문화외도 직결된다. 성장과정에서의 결핍을 극복하지 못했거나 현재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창업자와 함께 한다면 그 회사의 문화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창업 멤버가 있는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마치 좋은 부모를 만나 긍정적 성장의 기회와 성취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결정 앞에서 혹은 인생의 실패를 앞에 두고도 겸허하고 담담한 사람들이 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에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젊은 창업가는 과거의 긍정적 성공 경험의 기억이 현재의 본인을 이 자리에 이끌었다고 했다. 물론 그는 실패 앞에서도 담담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가족들이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상냥한 그에게는 정서적인 믿는 구석이 있었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행복한 기업도 만들 수 없고 좋은 서비스도 만들 수 없다.

 단연코. 


창업하기 전 - 준비해야할 것이 있다면 자신이 안정된 정서 상태인지 꼭 확인해봐라. 

결혼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 모두 같은 이치이다. 

내 삶에 다른 이를 초청하는 일이다. 

P.S. 가끔 Elon Musk나 몇몇의 괴팍하고 정서적으로 불안감이 높은 창업자들이 성공한다는 궤변을 펼치는 분들이 계신데, 이들은 이들이 이런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그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이다. 


P.S. 겉으로 보면 불안감으로 인한 조바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열정,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욕의 행동들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 행동들은 다르게 표현된다. 이것을 가장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은 큰 실패와 큰 성공의 순간이다. 이 때 누구에게 실패의 원인을 돌리고 누구에게서 성공의 원인을 찾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행동이 어떤 행동들이었는지 명확해진다. 


P.S. 어찌보면 대기업에서 임원실을 따로 두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격리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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