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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겨울 Aug 01. 2016

다시 필사

지겹지만 다른 방법을 모른다...

영어권 국가에 살면서도 영어는 언제나 나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흔히 요구하는 '의사소통'의 단계를 넘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흔히들 말한다. 말이 통하고 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건 정말 최소의 요구 조건이다. 당연히 우리가 여행을 가서 돈을 쓰는 입장이 되면, 돈을 벌려는 그들은 최선을 다해 이해해 주고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 애쓴다. 또한 우리와 친분이 있다거나 우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이라면 '의사소통'이 되는 단계로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 주말에 뭐했어? 그거 맛있었어? 거기 가봤어? 이번에 그 티비쇼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어? 등등의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게 내가 그들을 위해 일을 하는 입장이 되면 그 차이가 상당하다. 사소한 문법과 단어 하나하나에 내가 평가되기 때문이다. 말은 통해서 이해는 하더라도, 나에게 좋지 않은 이름표가 붙여진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미국인 존이 있다고 치자. 존이 팀장에게 전달할 보고서에 '우리나라에 결혼해서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여자들 중에 일을 가진 여성의 반 이상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을 하던가 또는 임시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라고 적는 것보다는 '국내에 거주하는 취업상태의 결혼 이주 여성의 절반 이상이 일용직 혹은 계약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적고, '요새는 결혼한 커플 중 반 이상이 맞벌이인데, 아직도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은 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남편의 식사를 챙기라고 시어머니가 말해서 며느리들이 화가 나있다'라고 적는 것보다는 '결혼한 커플 중 거의 절반이 맞벌이인 오늘날, 여전히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며 남편의 식사를 챙기라고 보태는 시어머니와 지친 며느리들 사이에 갈등이 여전하다.'로 적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이 예시의 아이디어 출처는 Korea Herald한국어로 말할 때보다 영어로 적어보면 그 차이가 더 심하다.


같은 말인데 뭐 그리 힘들게 저러나 싶을 테지만, 업무용으로 나갈 때는 확연한 차이가 보이고 그에 따라 평가도 다르게 내려진다. 어렵게 말하라는 게 아니다. 짧게 말하라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적당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식당(레스토랑) 또는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의 언어와 학교나 사무실에서 일할 때의 언어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말하는 건 이거다.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은가? 그럼 영어 공부를 해라! 말이라도 통해야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진다. 


내 수첩에 적혀 있는 '필사' 방법


꾸준히가 힘든 '필사'!

한동안 멀리했더니 또 몹쓸 영어가 나온다. 관사, 전치사, 완료형이 난리다 난리. 예전에는 수동태나 완료가 뭐가 필요한가, 능동형으로도 또 그냥 과거 시제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라고 생각했으나 이젠 안다. 무지 중요하다는 것을. 특히 사무직으로 나갈 분들- 문법 공부해야 한다. 사무직 업무의 60-70%는 이메일과 편지다. 나머지는 보고서와 전화업무. 


이제 8월이다. 다시 한 번 성실하게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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