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하여
처음부터 나에게 너무나 잘 대해준 부부가 있다. 몇 년 전, 그 서먹한 분위기 속에 우리를 크게 환영해줘서 우리 커플이 잘 스며들 수 있게 해 준 커플. 친절하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베풀어주는 부부라서 너무나 따스했던 커플. 게다가 우리랑 크게 나이차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나이를 물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더 어릴 수도..!) 많이 친근함을 느끼게 되는 커플이었다. 항상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이 커플에게 걱정거리라고는 없는 줄 알았는데, 그들의 첫째 아이 소피가 이 Prader-Willi Syndrome이라 불리는 유전자 병을 앓고 있다.
[참고]
Prader-Willi Syndrome (프레더-윌리 증후군)이란, 15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지능 장애, 작은 키, 과도한 식욕, 비만, 성 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는 유전 질환
지금 현재 이 가족이 직면해 있는 가장 힘든 문제는, 소피의 식이 조절. 먹는 것의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소피를 위한 자선 골프 경기에 참석했다. 그들의 친구들이 한 날 모여 9홀을 도는 골프 라운딩을 하는 건데, 기부금을 내고 팀원들과 함께 골프를 치면 된다. 옆사람과 나 역시 기부금을 내고, 다른 친구 두 명과 함께 한 팀이 되어 라운딩을 시작했다.
각 팀의 리더가 숫자를 기록하고, 나중에 그 기록판을 호스트인 알버트에게 전달하면 그가 모든 이들의 기록을 보고 최고의 선수와 꼴찌인 선수에게 상을 준다. The best와 the most honest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선수와 가장 정직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랄까.
내가 작년에 이 가장 정직한 선수에게 주는 상, 맥주를 받았다. 즉 꼴찌를 했다는 얘기다.
드라이버가 없어서 9번 아이언으로 치는데, 치는 족족 땅을 팠다. 민망하고, 창피하고.. 그래도 첫 번째 홀부터 꾸준히 조금씩 - 개미 눈물만큼 -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 나인홀에서 가장 잘 치게 되었다. 라운드를 한 번 더 돌 수도 없고. 쳇.
올해, 난 또다시 the most honest가 되었다. 와인 한 병을 받았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내년에는 더 나아질 거다'라는 결심으로 옆사람을 졸라 골프클럽 쇼핑을 했다. 직접 구입은 안 하고, 일단 보기만 했다. 클럽세트는 당장 장만하지 않고, 드라이버만 하나 구입할 듯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서 많은 기부금이 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