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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Jun 13. 2022

제 꿈은 꿈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평생 아이로 살고 싶다.


우리는 미성년자를 아이라 부르지 않고, 성인을 어른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어른과 아이는 나이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다. 보통 일컬어지는 어른이라 하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했으며, 자신의 인생을 직접 가꾸어 나가는 사람 정도이다. 반대로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부모님이 책임져주며,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지 않고 인생의 방향이 주변 사람에 의해 영향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게 정말 전부일까? 이런 어른의 조건을 모두 달성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어른이라 말할까?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어른이라 말해줄까?     


나는 아이를 꿈이 있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아이들은 모두 꿈이 있다.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당장 하고 싶고, 매일같이 함께 하고 싶고, 너무나 즐거워서 평생 그것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랑하는 것들이 있다. 반대로 어른은 꿈이 없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꿈을 두려워하는 사람. 현실의 거대한 장벽을 마주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 지금 당장 먹고 자고 노는 것을 해결하기에도 벅찬 인생에 또 다른 빛나는 무언가를 끼워 넣을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어른이라 부르려 하는 것 같다. 당연히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님을 알아주시길.     


누군가 말한다. "나는 어른이 아닌데.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었는데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런데도 이런 나를 어른이라 말하겠는가?"      


당신은 아직 아이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당신이 어른의 모습을 하길 원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반대로 당신이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가지길 원한다. 사회가 바라는 개인의 꿈의 형태는 정해져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안정적인 기업에 취직한 후 꾸준히 일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며 가족들과 도란도란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우리가 말하는 '사회'가 단지 기업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노력해온 자산을 기업을 위해 전부 쏟아부으라는 말 아닌가? 그것도 많지 않은 급여를 받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이 꿈이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은 좋아하지 않을까봐 자신의 취향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는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이 행복이고, 누군가는 아침마다 30분씩 운동하는 것이 행복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는 것, 하루 한 시간 독서를 하는 것,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이 행복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 행복이다. 강물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생각을 잡는 것이 좋다. 책을 읽으며 더 풍부한 생각을 하는 것이, 그런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 공유하며 한 단계 더 발전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취미이자 특기, 행복, 꿈이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일기를 쓰는 것이 내 꿈이다. 그런데 하루 한 끼 좋아하는 저녁 식사를 가지는 것은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없고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매일같이 실천하다 보면 요리를 아주 잘하게 될 수도 있고, 주변 식당 중 어느 집이 가장 맛있는지 알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들의 공통된 특징은 어느 것이 있는지, 어느 식당을 가면 기분이 어떻게 왜 좋은지 분석해볼 수도 있고, 요즘 요식업 시장의 트렌드나 물가 또는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다.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행복하다면, 단지 매일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미나 꿈이 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과 취미를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현실을 외면하며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구매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 돈은 내가 마련해야 하니 말이다. 이를 위해 잠시 알바를 할 수도 있고, 직장을 구할 수도 있다. 직장이 꿈이 되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죽하면 MZ 세대의 기업생활을 이전 세대와 비교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겠는가. 다만 이 둘을 꼭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방법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내 취미를 조금 더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나 갈망하고 고민하다 보면 원하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갈 길을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는 게 우리 모두가 원하는 꿈이지 않은가.      


이런 말을 하는 내게 어른들은 "네가 아직 현실을 몰라서 그래." 라고 말할 수 있다. 인정한다. 난 아직 객관적으로도 어린 나이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애다. 나도 어느샌가 내가 말한 것처럼 어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아이로 사는 것이 내 소원인 것이다.      


나는 지금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고 하루하루가 재밌다. 물론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위한 노력도 하긴 한다만, 그것도 좋아할 수 있다. 또한 꿈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당연히 즐겁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달성하는 순간이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내 모습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은 찰나이지만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내 인생의 나머지 전부다. 그런데 찰나를 위해 인생을 산다면 전반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겠는가? 그래서 전부를 위해 사려 한다. 나는 달리기 위해서 달린다. 고로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제 꿈은 꿈이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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