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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Nov 07. 2022

예술가 이찬혁


"이찬혁 하고 싶은 거 그만해."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이찬혁의 팬 중 한 명으로서 그의 행보를 종종 지켜봐 왔다. 그는 몇 년 전 해병대를 전역하고 나서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며,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말들이 오고 가곤 한다. 


이는 본래는 "우리 xxx 하고 싶은 거 다해~" 라는 형태로 쓰이던 문구이다. 실제로 갓 전역한 이찬혁에게 많은 사람들이 말했었던 밈이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이찬혁의 이미지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던가 하는 뜻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는 이미 증명된 훌륭한 아티스트이다.


다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았다.

오히려 이러한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훌륭한 예술가로서의 자질 그 자체라 본다.


예술이란 개인적인 내면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예술은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실체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예술이 담고 있는 것 자체가 개인의 감정 혹은 사고이다. 그 작품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흔한 작품이라면 사람들은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담긴 뜻까지 포함해서다. 내가 별생각 없이 만든 종이비행기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룹 <악동뮤지션>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던 2012년의 K팝스타 2. 그들은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센세이셔널한 노래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당시 이들이 대한민국 가요계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받는 사랑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위험하다. 나는 인기 연예인들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것은 마약과도 같아서 아주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 된다. 예술가의 가장 큰 딜레마가 여기서 나온다.


이 딜레마는 바로 생계와 예술성 사이에 있다. 여기서 생계는 대중의 관심, 사랑과도 같은 말이다. 그들 또한 사람인지라, 최소한 의식주는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예술을 계속할 수 있다. 전업 예술가라면, 그것도 순수 예술가라면 더욱이 이 딜레마와 밀접히 맞닿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예술을 한다면, 돈을 비교적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생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더라도, 이 딜레마는 예술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서 받는 사랑의 중독성은 마약과도 같기 때문이다. 대중의 취향은 예술가 내면의 목소리와 상이할 확률이 높다. 처음에는 내면 그대로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어 예술가를 사랑하더라도, 예술가의 가치관이나 성격 등이 바뀌어 그의 작품성 또한 바뀌게 될 때가 오기 마련이다. 새로운 예술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해주던 팬들이 더 이상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 까 봐 무서워진다. 그렇게 생계까지 위험해질 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의 욕구만 해소해 가며 살다 보면, 더 이상 나 자신이 예술가로 느껴지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제가 딜레마인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르는 이찬혁. 그가 처음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방법은 남들과 다른 그만의 독특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는 그가 대중들에게 잠시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지 몰라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더 본질적인 예술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사랑받아왔던 방식을 그대로 행하고 있는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팬으로서 말한다. 


그는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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